• 노사모 대표를 맡고 있는 노혜경씨가 20일 벌어진 테러사건으로 인해 두시간 넘는 수술을 받고 회복을 위해 입원중인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에 대해 '우리나라 성형수술 실력'을 운운하며 "아마 흉터없이 나을 것"이라고 비아냥대는 듯한 태도를 보여 빈축을 사고 있다.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을 지낸 바 있는 노씨는 21일 노사모 홈페이지를 통해 "하마터면 (박 대표의) 경동맥을 자를 뻔했다니 정말 큰일날 뻔했다고 다들 안도의 한숨을 내쉬지만 어쨌든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며 이같은 말을 했다. 그는 "성형수술 실력이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우리나라고, 처음에 17바늘 꿰맸다더니 (이후 발표에서) 60바늘 꿰맸다는 것을 보면 성형을 한 모양"이라며 "아마 흉터없이 나을 거에요"라고 말해, 박 대표의 부상이 별일 아닌 것으로 치부하는 뉘앙스까지 풍겼다.

    노씨는 정치적 음모설을 차단하기에 부심하며 "상식적인 사고능력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번 사건이 정치적 음모로 발생한 것은 아니다는 것 알 것"이라며 "다소간 영웅심리가 있는 사회부적응자가 박 대표에게 칼을 휘둘러 얼굴이 상처를 낸 사건이 기본팩트"라고 주장했다. 

    또 노씨는 박 대표 테러사건에 대한 언론의 보도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박근혜 60바늘 꿰매'라는 제목의 한 언론기사를 예로 들어 "'보통 봉합수술 수준으로 하면 17바늘 정도 상처이지만, 성형을 곁들여 했으므로 60바늘이다'라고 하지 않고 다짜고짜 60바늘이라 보도한다"며 "언론이 이번 사건을 균형잡힌 사고로 보도하지 않는다"고 강변했다.

    노씨는 "단 한 사람의 열린우리당원이 어떤 잘못을 저지르면 그것을 열린당 전체에 연대책임을 묻는 형태로 키우고, 한나라당 당원이나 지지자가 그런 짓을 하면 개인적인 사건으로 몰고 간다"며 "열린당이 언론대응을 잘못하고 있다"는 주장을 늘어놓기도 했다.

    이에앞서 노씨는 다른 글을 통해 "박근혜라는 기호는 도무지 21세기의 것이 아니며 박정희의 악몽과 겹쳐 있는 구시대의 살아있는 유령"이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그는 같은 날 올린 이 글에서 "노무현을 뽑아 우리가 이루고 싶었던 것이 증오의 재생산을 끊어버리는 것이었는데, 이번 사건으로 다시 극우적 광풍으로 빠져들어갈지도 모를 대구·경북을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다"며 지방선거에 미칠 영향을 걱정했다.

    다음은 노씨가 올린 글 전문.

    우리당보다 훨씬 정치적으로 유능하고 교활한 언론

    이번 사건을 상식 있는 사람들이 보면, 다소간 영웅심리가 있는 사회부적응자가 박근혜 대표에게 칼을 휘둘러 얼굴이 상처를 낸 사건입니다. 이것이 기본 팩트입니다.

    하마터면 경동맥을 자를 뻔했다니 정말 큰일날 뻔했다고 다들 안도의 한숨을 내쉽니다. 그러나 어쨌든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성형수술 실력이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우리나라이고, 처음에 열일곱바늘 꿰맸다더니 60바늘 꿰맸다는 것을 보면 성형도 함께 한 모양입니다. 아마 흉터 없이 나을 거예요.

    그러나 어제 오늘 조선일보를 비롯한 언론의 하는 양을 보면, 우리나라는 아마 언론때문에 망할 모양이라는 개탄이 나오지 않습니까.

    사실은 일단 사실관계에 입각해서 다루어야 합니다. 제가 위에서 말한 대로 팩트는 아주 단순해요, 그리고 상식적인 사고능력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번 사건이 정치적 음모로 발생한 것은 아니란 점에 동의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젯밤에만도 수많은 눈팅들이 노사모 홈페이지를 방문했고, 일부는 정처없는 불만과 비난을 남겼습니다. 선거철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미 정치적으로 편향되어 있고 스스로 정치집단화 한 언론의 살아남기 전략이 가동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언론이 공동체를 통합하는 기능을 추구하는가 아니면 상업적인 이익 추구나 공동체 분열에서 이득을 취하려 하는가에 따라 그 나라의 운명이 달라지겠구나, 하는 것을 요즘 들어 정말 많이 느낍니다.

    지난 2000년 안티조선 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때만 해도, 인터넷이란 대안언론이 올바른 언로를 보장하고 언론의 과잉 정치화를 막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선 그 반대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조선일보의 가장 나쁜 짓이 언어게임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람들이 부주의로 또는 습관적으로 저지르게 되는 논리적 문법적 오류를 오히려 역으로 이용해서 왜곡된 가치판단을 퍼뜨리는 것이 조선일보의 가장 나쁜 짓이라고요.

    그런데 이미 그런 사고방식이 만연했습니다. 이번 사건에서도 보듯, 균형잡힌 사고로 보도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조선일보는 언어전문가이고 독자들은 아주 잠깐만 글을 읽는다는 사실이죠.

    박근혜 60바늘 꿰매---이 제목만 보더라도, 성형수술도 했다, 라고 보도하지 않습니다. 성형을 하면 실도 가늘고 하니 단순히 봉합수술보다 두세 배 이상 꿰맵니다. 이센티만 찢어져도 부위에 따라 스무 바늘도 꿰매죠. 왜 그럴 수밖에 없는가라는 모든 것을 생략하고 즉각적으로 느껴지는 이미지들을 몽타쥬해서 다른 의미로 바꿔치기하는 것이지요.

    물론 아주 표층구조에서 따지면 문법적으로 잘못된 것은 없습니다. 60바늘 꿰맨 건 사실이니까요. 그러나 보통 봉합수술 수준으로 하면 열일곱 바늘 정도 상처이지만, 성형을 곁들여 했으므로 60바늘이다 라고 하지 않고 다짜고짜 60바늘이라 보도합니다. 그러면 박근혜의 피습에 충격을 먹은 지지자들은 상처가 엄청나게 깊고 크다는 인상을 받게 되고 공황에 빠지지요. 나중에 사실을 알더라도, 감정의 관성으로 화나고 미웠던 마음은 그대로 갑니다. 그러면서 사회는 점점 분열되지요.

    그래서 언어학의 대가 노엄 촘스키는 부가되는 표지들을 촘촘히 살펴 그런 언어기동들이 문법적으로 매우 잘못된 것임을 밝혀주었지요. 문법을 비트는 것은 정치적으로 사악한 그룹들이 전형적으로 사용하는 수단입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단 한 사람의 우리당원이 어떤 잘못을 저지르면 그것을 우리당 전체에 연대책임을 묻는 형태로 키우고, 한나라당 당원이나 지지자가 그런 짓을 하면 개인적인 사건으로 몰고 갑니다. 명백한 정치적 기동이지요.

    어제 부산 남구의 우리당 배준현 후보가 한나라당 지지자가 휘두릇 낫에 하마터면 찔릴 뻔한 사건이 벌어졌습니다만, 그 일에 대해서는 아마 개인적 사건으로 치부하겠죠?

    맞습니다. 개인적인 범죄이지만, 정치적 파장이 발생하는 사건에 대하여 언론은 우리당에 결코 호의적이지 않다는 것을 유념해야 할 것입니다. 언제나 언론과의 싸움입니다. 그리고 제대로 된 국어실력을 갖추어야 하는 싸움이기도 하고요.ㅠ.ㅠ.

    정말 피곤해집니다. 우리당은 언론대응을 너무 못하고 있어요. 국민을 직접 상대하는 게 아니라 언론이란 필터를 언제나 통한다는 것, 그리고 현재의 어떤 언론도 우리당에 우호적이지는 않다는 것을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