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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19일자 오피니언면에 이 신문 김순덕 논설위원이 쓴 칼럼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세금 폭탄은 아직 멀었다고 했다. 세금도 겁나는 판에 청와대부터 입 가진 관리마다 ‘부동산거품 붕괴 임박’ 경고다. 어제는 좀 심했나 싶었던지 한덕수 경제부총리가 “부동산시장 하락이 소비에 미치는 영향은 주식시장 하락이 미치는 영향보다 작다는 게 전문가들 견해”라고 약까지 줬다.
서울과 홍콩, 베이징의 부동산 과열을 지적한 유엔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이사회 보고서는 “집 가진 사람이 주식 보유자보다 많으므로 주택거품 붕괴는 훨씬 더 파괴적(even more devastating)일 것”이라고 했다. 한 부총리의 자문에 응하는 전문가들이 기초적 경제상식도 없는 수준이라면, 앞으로 좌파정부가 제 국민에게 던질 폭탄은 훨씬 더 파괴적일 듯싶다.
북한은 제도적 물질적으로 조건 없는 지원을 받는다는데, 대통령 무서운 줄 모르던 집단은 제도적 물질적으로 무조건 벌을 받는 셈이다. 그래도 있는 사람들은 괜찮다. 없는 사람들이 세금 무섭다고 옮겨가 주면 강남 물 관리에도 좋다. 때맞춰 외환자유화 정책까지 나와 주니 해외로 애들 유학 보내고 집도 몇 채 사둘 수 있다. 문제는 스마트탄(彈) 만들 능력이 없는 정부를 만나 졸지에 오폭(誤爆) 맞게 된 그 밖의 여러분 상황이다.
집값이 떨어질 때는 강남에서 먼 곳부터 움직인다는 건 동네 아줌마도 안다. 융자 끌어 모아 변두리에 소형 아파트 장만한 이들은 며칠 새 잠을 못 잔다. 건설현장에서 일하거나 은행돈으로 뭐라도 해보던 이들도 불안하다. 서민 위한다는 정부가 없는 사람 재산부터 고의 폭락을 유도하니 눈이 뒤집힐 판이다. 정부발(發) 거품붕괴 예고에 외국인투자가 빠져나가고, 소비와 임금과 경기가 얼어붙어 빈곤층이 폭증하면 다들 좌파정부 편이 될 줄 아는 것 같다.
그러고 보면 노무현 정부의 경제 부진도 의도적인지 모른다. 경제가 성장하면 잘나가는 쪽이 많아져 불평등을 더 느낄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좌파의 이상(理想)인 평등은 요원해진다. 문화혁명 전 중국에서도 대기근이 심각해지자 잠깐 시장개혁을 시도했다. 그러자 농민들 사이에 빈부차가 생겨났고 마오쩌둥은 문화혁명을 통해 단박에 평등을 실현했다.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자가 득세하는 풍토는 반드시 청산돼야 한다”고 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밝혔을 때, 긴장했던 이들이 옳았다. 1980년대 대학가에서 번지기 시작한 좌파의 ‘문화혁명’은 운동꾼들을 곳곳에 심은 채 때만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이 전파해 온 ‘문화’는 유토피아적이다. 개인보다 집단(우아한 말로 공동체)을 중시하고, 차이를 죄악으로 본다. 다 같이 잘살자는 정치에 의문을 제기하면 수구 꼴통 된다.
문제는 이런 문화가 터뜨리는 ‘좌파 폭탄’이 민주주의와 경제성장을 가로막는다는 데 있다. 미국 터프츠대의 ‘문화의 중요성에 대한 연구프로젝트(CMRP)’가 최근 3년간 60명의 전문가에게 세계조사를 의뢰해 내린 결론이다. 사회주의국가 스웨덴의 빈곤층 비율이 영국보다 많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전두환 정권이 좌파 문화혁명을 잉태했듯이, 한 나라의 문화를 좌우하는 것은 결국 정치라 할 수 있다. 정치 리더는 그래서 중요하다. ‘하면 된다’와 근면 자조 협동을 강조했던 지도자가 이제 와서 존경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경제를 못 키우는 리더를 뒀다면 교육이라도 잘 해서 후일을 도모해야 할 텐데 교육계 역시 같은 코드로 무장된 상태다.
노 대통령이 모델로 삼는 프랑스는 오랜 좌파 문화와 평등교육 때문에 내리막길을 구르고 있다. 노동시장 유연화 같은 세계화에 필요한 개혁도 거부됐다. 아직은 있는 사람 세금 뜯어 나눠먹을 수 있어서니까 더 망해야 정신 차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 정부의 좌파 폭탄으로 우리 국민이 정신 차린다면 차라리 고마워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