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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의 '대북 양보'발언으로 한나라당이 잔뜩 긴장하는 모습이다. 노 대통령의 발언 내용이 전해지자 한나라당은 '5·31 지방선거를 겨냥한 계산된 정략적 발언'이라며 맹공을 쏟아내고 있다.
보수성향 의원들은 '국가보안법 폐지' '연방제' 등을 고려한 발언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고 박근혜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 역시 노 대통령의 발언이 '지방선거 혹은 선거 이후를 겨냥한 계획적 발언'이라 의심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노 대통령의 '대북양보' 발언에 촉각을 세우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나라당과 민주당 모두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을 통한 열린당 호남표 재결집'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한나라당의 고민은 지방선거 이후로 보인다. 지방선거 참패 이후 노 대통령이 어떤 식으로든 정국을 흔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기 때문. 지금 같은 추세로 간다면 열린당의 재집권이 힘들다는 관측을 한 노 대통령이 정국을 반전시킬 수 있는 카드를 꺼낼 것이란 우려를 하고 있다.
물론 'DJ 방북'과 '대북 양보' 발언이 열린당 호남표의 재결집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지만 일단 5·31지방선거는 한나라당이 무난히 압승하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문제는 열린당이 지방선거 참패한 이후 노 대통령이 어떤 카드로 반전을 꾀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한나라당 내에선 이번 5·31 지방선거 이후 정국이 크게 뒤흔들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소속 의원들 뿐 아니라 대다수 당직자들 역시 지방선거 직후 정치권의 새판이 짜여질 것이란 관측이 높다. 먼저 열린당의 지방선거 참패가 정치권의 소용돌이를 촉발시킬 가장 큰 원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텃밭인 광주·전남마저 민주당에 패할 것이란 여론조사가 나오면서 지방선거의 열린당 참패는 거의 기정사실화 되는 분위기다. 그러면서 정가에선 '열린당의 분열' '노 대통령의 열린당 탈당' 등 열린당 참패 이후 진행될 정치일정에 대한 다양한 전망이 난무하고 있다.
한나라당 역시 노 대통령이 열린당의 지방선거 참패 이후 탈당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이계진 대변인은 10일 "(노 대통령 발언은)사실상 선거를 망치려는 전략"이라며 "노 대통령이 열린당을 탈당하고 정계개편을 추진하거나 갑자기 대통령직을 물러나면서 개헌을 추진하는 등 무엇인가 정치판을 뒤흔들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박근혜 대표가 관훈클럽 초청토론회를 통해 '개헌론'에 쐐기를 박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노 대통령이 개헌카드를 정치권 새판짜기에 이용하려 할 것이란 우려에서다. 한나라당은 또 노 대통령이 이미 정 의장과의 결별을 염두에 두고있는 것으로 판단하는 모습이다. 이 대변인도 "선거에서 열린당이 완패하게 만든 후에 정 의장에게 선거 참패 책임을 물어 물러나게 하려는 것"이라며 이번 '대북 양보' 발언을 정 의장에 대한 견제구 혹은 정 의장과의 결별수순으로 분석했다.
당 전략기획위원장을 맡고 있는 엄호성 의원은 11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열린당이 지방선거에 지고 나면 분명 지도부 책임론이 나올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정동영-김근태 두 대권후보에 대한 동반퇴진론이 제기될 것이고 동시에 노 대통령도 당을 깨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엄 의원은 지방선거 이후 급격한 변화를 겪게 될 정국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특히 이번 'DJ의 6월 방북'이 지방선거 이후 정치권을 뒤흔들 가장 큰 요인이 될 것으로 관측했다. 그는 "그렇게 당을 깨고 나면 노 대통령이 어떤 선택을 할지 분석해봐야 한다"며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나 한명숙 국무총리를 대선후보로 내세우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 6월 DJ방북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DJ가 북한에 가서 얻어올 수 있는 건 통일에 관한 메시지가 아니겠느냐"며 노 대통령이 '남북통일' 문제를 통한 정국 변화를 꾀할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면서 "(노 대통령이)상징적으로 김정일을 통일대통령으로 내세우고 '1대통령 2정부 체제'로 끌고가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김정일은 자기 안위만 보호해주면 상관없는 사람으로 북한에 대해 애정이 있는 사람이 아니다"면서 고 말한 뒤 "김정일이 정상적인 지도자라면 자식들은 다 해외로 보내고 막대한 달러를 해외에 두겠느냐"고 설명했다.
엄 의원은 이어 "노 대통령이 그런 시도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럴 경우 한나라당도 엄청난 혼란을 겪게 될 수 있다"고 말한 뒤 "지방선거는 이대로 한나라당의 우세로 진행되겠지만 선거가 끝나고 DJ가 북한에 갔다오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