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의 애끓는 노인 ‘공경’(?)이 새삼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17대 총선 직전 노인비하 발언으로 한바탕 곤욕을 치렀던 '전력'을 만회하기 위해 두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선 모양새다. 당장 5·31 지방선거 슬로건으로도 ‘효도하는 지방정부 건설’을 내놓았으며 각종 노인 복지 보건 정책 추진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8일에는 최근 방송을 통해 알려진 ‘경기도 화성 노예할아버지 사건’과 관련한 당 차원의 진상조사단을 신속히 꾸리는가 하면 9일 오전에는 당정협의를 통해 노인 학대 문제에 대한 일제 점검 의지를 밝히는 등 발 빠른 대응에도 나서고 있다. 8일에는 경기도 고양시 일산노인복지관을 찾아 손수 어르신들에게 배식을 하면서 “건강, 질병으로부터의 자유, 아프실 때 치료 받을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 정부의 할 일”이라면서 “노년이 행복한 나라, 노년이 즐거운 나라, 이것이 살고 싶은 나라고 선진국이다. 이런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 모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정 의장은 어버이날 직전인 7일에는 이례적으로 ‘어버이날을 맞으면서’ ‘어머님의 일주기 제사를 모시고…’란 글을 통해 지난해 봄 별세한 모친을 그리워하며 “아직 어머님의 별세가 실감나지 않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좀 더 많은 시간 좀 더 극진히 모셨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안타까움도 여전하다”면서 애절한 사모곡을 홈페이지에 올리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이 곱지만은 않다. 당장 '노예할아버지 사건'과 관련한 당 차원의 진상조사단 구성 발표 직후, 우상호 대변인은 “지방정부의 복지정책이 얼마나 한심했는가 하는 문제를 파헤치겠다”고 했다. 열린당이 이번 5·31 지방선거에서 내세우고 있는 ‘지방정부 심판론’과 맞물려 다분히 선거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지적들이다.

    실제 정 의장은 지난 3월에도 5·31 지방선거 광역의회 비례대표 2번에 65세 이상 '노인'을 배정키로 한 바 있었으며, 당시 출마자들 사이에서는 “자신의 과거 발언 때문에 괜한 젊은 사람들의 기회가 박탈당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섞여 나왔었다. 정치권에서는 정 의장의 이런 조치에 ‘제발이 저린 것 아니냐’는 반응을 내보였었다.

    정 의장은 지난 2004년 제17대 총선 직전  “60~70대는 투표 않고 집에서 쉬셔도 괜찮다”는 노인비하 취지의 발언으로 논란이 일자, 당의장직을 사퇴했었다. 당시 열린당은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 효과로 지지율이 50%에 육박하고 있었으나 그의 발언 이후 급격한 지지자 이탈현상을 겪었다. 차기 대선 행보를 염두에 놓고 있는 정 의장의 입장에선 노인 문제 ‘해결’(?)이 무엇보다 가장 절박한 듯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