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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바닥에서 허덕이는 당 지지율이 반등 기미를 보이기는커녕 이와 맞물려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5·31 지방선거 판세마저 녹록치 않은 상황으로 치닫자, 당 안팎에서는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을 탓하는 목소리가 슬슬 고개를 들고 있다.
당 소속 의원들도 ‘열린우리당으로는 안 된다’는 분위기가 팽배해지면서 지방선거 자체보다는 그 이후 전개될 정계개편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모습이다. 일부 열린당 소속 지방선거 출마자 역시 당 위기 상황을 지적하면서 정 의장과 거리를 두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방선거 때까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이후에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올 수밖에 없다는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선거 결과가 어떻게 나든 간에 정 의장에 대한 책임론 문제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당내 일각에서는 당장 낮은 당 지지율이 정 의장만의 책임은 아니더라도 당 지지율이 정체 상태에서 회복기미 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과 최근 빚어진 김태환 제주도지사 영입 작업 등 지방선거 후보자 선출 문제를 놓고 정 의장이 보여준 모습을 감안할 때 정 의장의 정체성 문제는 도마위에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게 지배적인 판단이다. 지방선거 완패 시에는 정 의장의 책임 추궁이 격렬하게 일 것이 불가피하는 것이다.
지방선거 결과가 채 나오기도 전에 정 의장의 책임론이 슬슬 고개를 들고 있는 데에는 당내 역학 구도상의 지방선거 이후의 기선잡기 측면과도 무관치 않지만,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선거를 치르는 당사자들의 입장에서는 최근 위기의 ‘직접적’(?) 당사자로 꼽히고 있는 정 의장을 치고 나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강금실 후보는 지난 2일 서울시장 후보 수락 연설에서 “갓 태어난 신생정당에 의석 과반수를 넘게 만들어 준 국민들이 무엇을 기대하고 실망했는지를 진심으로 되돌아 봐야 한다”며 “정말로 국민들의 가슴에 다가가는 어떤 개혁을 했는지, 삶의 질을 끌어 올리려는 진지한 노력을 우리당이 해온 것인지, 진심으로 되돌아 봐야 한다”고 한 바 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선거를 앞두고 당 지지율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후보자의 입장에서 내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당이고 정 의장이고가 어디 있겠느냐”는 설명이다.일단 당 안팎에서는 이같은 위기의 원인을 정 의장의 ‘대권야욕’에서 찾고 있다. 정 의장이 너무 대선 행보에만 몰두한 채 전체적인 판세 흐름을 자신의 대선행보 중심으로 바라보고 있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이런 와중에서 과거 열린당 창당 직후 의장을 맡으면서 보여줬던 참신성과 개혁의지가 오히려 퇴색됐다는 지적이다.
참신성과 개혁의지가 당시 당 지지율 반등의 모멘텀이 됐다면 최근의 구태정치를 답습하는 정 의장의 정치스타일은 오히려 당 지지율 정체와 함께 당내 지지층의 무관심을 가져오는 꼴이 됐다는 것이다. 실제 당 안팎에서는 “당의 정체성은 오간데 없고 정 의장이 대선에서 승리하는 길만이 당의 노선이 돼 버렸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당원들 사이에서조차 “정 의장의 정체성이 의심스럽다”는 말까지 나돌고 있는 상황이다.김태환 제주지사의 영입 작업, 강현욱 전북지사의 경선 불복, 최기선 인천 시장 영입, 권선택 의원의 탈당 등 지방선거 후보자 선출과 관련해 노정된 일련의 과정이나, 여의치 않은 지방선거 판세 반전 시도를 위한 ‘네가티브’ 선거전략 등의 모습에서 오히려 전통적인 당 지지층의 무관심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여전히 자기 사람 심기나, 당 정체성을 외면한 채 승리에만 연연한 무차별적인 영입 작업 등에 대한 구태정치에 대해 당내 불만이 쌓일대로 쌓여왔다는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의 결과 여하에 따라서는 정 의장의 대선 행보에도 영향이 불가피한 만큼 정 의장의 ‘물불 가리지 않는’식의 행보에 대해 향후 어떤 식으로든 제동을 걸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열린당 홈페이지 당원게시판에는 "구태정치의 행태를 이용한다면 명분을 잃은 우리당에 긍정적이지 못한 이미지로 더 큰 해가 될 것”이라는 당원들의 경고도 잇따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