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연희 의원 여기자 성추행 사건' '김덕룡 박성범 두 중진 의원 대형공천비리' '고조흥 의원 공천헌금 수수' '박계동 의원 술자리 파문'

    지난 2월부터 한나라당 안에서는 이 같은 대형악재가 잇따라 터졌다. 특히 5.31지방선거를 한달도 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터진 공천비리와 술자리 파문은 한나라당으로선 매우 충격적인 사건.

    당장 열린우리당을 비롯한 타 정당들은 한나라당에 대한 총공세를 퍼붓고 있다.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한나라당의 정당지지율을 떨어뜨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열린당 정동영 당의장을 비롯한 당 관계자들 모두 한 목소리로 한나라당을 '성추행 정당' '비리정당'으로 규정하고 연일 맹비난을 쏟아내고 있고 민주노동당 역시 한나라당 비난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쯤 되면 한나라당의 지지율도 떨어질 법하다. 하지만 잊혀질만 하면 터지는 악재에도 각 정당의 지지율은 거의 변동이 없다. 한나라당은 여전히 각종 여론조사에서 열린당과 큰 차이로 선두를 달리고 있고 지지율도 30%후반에서 40%중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한 일간지가 4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선 서울지역 한나라당의 정당지지율은 무려 55%를 기록했다.

    한나라당에 악재가 터졌다면 열린당으로선 그 만큼 호재가 이어졌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열린당은 한나라당과의 지지율 격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열린당의 정당 지지율은 여전히 20%초반대에 머물고 있다.

    강금실 진대제 두 대어를 영입하며 흥행몰이를 계획했던 열린당은 이들의 높은 개인지지율 마저 떨어뜨려놓았다. 출마를 공식선언하고 입당할 당시 40%중반대의 지지율을 기록하던 강금실 서울시장 후보의 지지율은 20%후반대로 하락했고 진대제 경기도지사 후보 역시 한나라당 김문수 후보와의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이는 다른 지역 광역단체장 후보들 역시 마찬가지.

    한나라당엔 악재가, 열린당엔 그만큼의 호재가 작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당지지율이 변하지 않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열린당은 매우 답답해하는 모습이다. 당 지지율 상승은 고사하고 개인 인지도와 선호도가 높던 시·도지사 후보들의 지지율 마저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는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우상호 대변인은 한나라당의 공천비리를 언급하면서 "이해할 수 없는 건 지지율"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역시 마찬가지. 한 관계자는 "이만하면 떨어질 만도 한데…"라며 고개를 갸우뚱거렸고 다른 관계자는 "지지율이 오히려 상승하니까 더 불안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정현 부대변인은 악재에도 불구하고 당 지지율이 하락하지 않는 이유를 "한나라당의 잡음이 오히려 국민들에게 변화하려는 노력으로 비춰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부대변인은 4일 브리핑을 통해서도 "공천권을 시도당에 과감하게 이양한 공천혁명은 잘했다고 확신한다"며 "정치개혁을 명분으로 당을 깨고 신당을 만든 열린당은 감히 시도조차 못한 선거혁명"이라고 자평했다.

    이 부대변인은 "잡음은 예상했던 것이고 그래서 공천과 관련 문제가 생기면 당사자들의 책임을 단호히 묻겠다고 수차 경고했고 살을 도려내는 심정으로 소속 의원들을 검찰에 수사의뢰 하고 있다"며 "이것 역시 어느 정권, 어느 정당에서도 꿈도 꾸지 못했던 일로 국민은 우리의 진정성을 이해해주고 있고 최근 여론조사가 입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은 한나라당이 지향하는 달을 보고 있지 열린당처럼 손톱을 보지 않는다는 증거"라며 "이렇게 하지 않으면 실질적인 정치혁명, 선거혁명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누군가는 어느 정당은 해야 할 일이었고 한나라당이 이를 실천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 고위관계자는 "국민들이 한나라당에 터지는 비리가 정치권 전반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한나라당만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며 "한나라당이 스스로 자당 소속 의원에 대해 검찰에 수사의뢰를 하는 모습이 오히려 국민들 눈에는 변화하려는 모습으로 비춰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또 그만큼 열린당도 헛발질을 많이 하잖아요"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