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천비리’와 ‘성추문’이 5·31 지방선거를 향해 전진하는 한나라당의 발목을 잡고 있다. ‘최연희 성추행’과 ‘김덕룡·박성범 억대 공천헌금’으로 곤욕을 치른 바 있는 한나라당에 똑같은 유형의 악재가 또 터진 것이다.

    이번에 터진 한나라당의 ‘지뢰’는 고조흥·박계동 의원이다. 한나라당은 3일 오후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고 의원을 자신의 지역구인 경기도 포천·연천 기초단체장 공천 과정에서 공천헌금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중진의 김덕룡·박성범 의원을 정당 사상 최초로 당 차원에서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극약 처방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소속 의원이 공천비리에 연루된 것이다.

    고 의원은 포천시장 후보 공천을 대가로 수억원대의 공천 헌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고 의원은 지난해 4·30 재선거를 통해 당선된 초선 의원이다. 허태열 사무총장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1일 고 의원이 포천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 금품 거래가 있었다는 제보를 받고 당 차원에서 진상조사를 하고 본인의 해명까지 들었지만 진위를 파악하는 데 한계를 느꼈다”며 “내일 중으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허 사무총장은 “한나라당은 지난번 중진 두 의원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문제있는 사안에 대해 일관성 있고 단호하게 대처한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며 “이런 문제가 또 발생한 데 대해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고 머리를 숙였다.

    허 사무총장을 그러나 고 의원이 받고 있는 구체적인 혐의내용에 대해서는 굳게 입을 닫았다. 김덕룡·박성범 의원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자세한 내용을 언론에 공개해 파문이 커졌다는 당내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던 점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에 허 사무총장은 곤혹스러워하며 “지난번에 두 의원이 받고 있는 혐의에 대해 너무 자세하게 얘기한 것을 두고 당사자들이 섭섭해 했다. 사무총장의 입장을 이해해 달라”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고 의원에게 공천헌금을 전달한 이모씨는 당 경기도당 공천심사위원회에서 포천시장으로 내정됐으나 중앙당에서 이 같은 비리혐의를 포착해 공천을 반려했다.

    또한 이날 최고위원회에서는 술집 여종업원의 가슴을 만지는 장면이 몰래카메라에 찍히면서 동영상이 인터넷에 급속히 퍼져 논란이 일고 있는 박 의원을 당 윤리위원회(위원장 이해봉 의원)에 회부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윤리위 위원장인 이해봉 의원이 해외에 있어 부위원장인 주호영 의원이 4일 회의를 소집해 박 의원에 대한 징계 수위를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