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 3일자 오피니언면 '포럼'란에 뉴데일리 객원칼럼니스트인 신중섭 강원대 윤리교육과 교수(철학 전공)가 쓴 칼럼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날치기는 대한민국 국회의 풍토병인가. 세상은 급격하게 변하고 있지만 여의도 국회의사당은 고색창연함을 자랑하고 있다. 민주주의를 앞세워 과거 청산을 외치고 있는 새 시대 의원도 몸싸움과 고성, 욕설로 얼룩진 권위주의 시대 국회의사당의 정경을 온전하게 이어가고 있다. ‘국정 토론을 위한 심의회’ 라는 ‘국회’ 의 원래 의미는 사라지고 국회는 통과만을 위한 통과가 존재하는 곳으로 전락했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민주노동당이 한나라당의 반대 속에 본회의를 열어 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 주민소환에 관한 법, 지방자치법 등 6개 법안을 민생 관련 법안이라는 이름으로 강행처리했지만, 이것들이 진정으로 민생법안인지 알 수 없다. 특히 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이 민생을 위한 법인지는 의심스럽다. 그동안 시행해 온 부동산정책에 대한 정부의 실패를 호도하여 민생 교란을 초래할 수도 있는 반민생 법안이라는 의구심을 떨쳐 버릴 수 없다. 더구나 직접 민주주의의 부작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주민소환 관련법이 대의 민주주의 발전에 어떤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지도 알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다윗이 골리앗을 이기듯 거대 정당의 저지와 방해를 뚫고 개혁 법안과 서민과 경제를 지키는 민생법안을 주도적으로 처리했다” 는 민노당 원내 수석부대표의 평가는 안이한 현실 인식을 반영하고 있다.
국정과 민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법안일수록 대화와 토론이 필수적이다. 좋은 의도를 가지고 상정된 법안일지라도 예상하지 못한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제한된 지식을 가지고 판단할 수밖에 없는 인간들의 불완전성을 최대한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은 대화와 토론을 통해 정책결정이 초래할 수 있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그 부작용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다. 대화와 타협이 의회 민주주의의 기본 정신이 돼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 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법안들을 진지한 논의 없이 짧은 시간에 날치기로 통과시키는 것은 자멸 행위와 다름없다. 아무리 긴급한 사안이라 하더라도 정당화될 수 없다. 더구나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숙의해야 할 사안들이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여당이 힘으로 정국을 밀어붙이는 것은 국정 난맥을 심화시킬 뿐이다.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는 여당이 강행처리를 주도하는 것을 보면 그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여당의 의도는 정동영 의장의 외침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는 2일 본회의 직후 “민생을 외면한 한나라당의 오만이 심판당할 것” 이라며 “부동산 대책 입법 찬성자 명단에 한 명도 이름을 못 올리고, 독도 수호와 주민소환제에 반대한 유일한 정당이 한나라당” 이라고 강력하게 비난했다. 여당은 국민의 심판장인 선거를 염두에 두고 의회민주주의의 기본 정신까지 유린해가면서 선거 운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5·31 지방선거를 앞둔 여야 정치권은 대화와 타협을 발휘할 줄 아는 유연성과 정치력을 완전히 상실했다. 여야의 대결 국면은 지방선거를 지나 대선까지 계속될 수밖에 없어 정치 발전은 고사하고 국정 혼란으로 인해 민생과 경제는 더욱더 어려워질 것이다. 고유가와 환율 불안으로 경기는 하강 국면에서 벗어나기 어렵고, 국제 정세와 동북아 정세가 미묘한 상황으로 접어들고 있다. 우리의 앞날을 위해 여야 정치인과 국민이 지혜를 모아야 할 사안이 하나둘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여야는 정쟁에만 몰입하고 있으니 국민은 불안할 뿐이다.
이런 정치인들에게 국민의 의사를 가장 확실하게 보여줄 기회는 선거밖에 없다. 설사 국민 각자의 기대에 부응하는 정당과 정치인이 없다고 할지라도, 덜 나쁜 정치인을 뽑는 것이 최상의 선택임은 분명하다. 우리는 선거를 통해 정치인을 교육하고 길들이는 국민의 의무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국민의 이런 노력은 궁극적으로 나라와 정치 발전에 기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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