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쟁점법안 국회 대치상황을 마무리 짓고 서울시장 후보 선출대회장을 뒤늦게 찾은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은 “한나라당이 민생법안 등에 대해 실력저지로 맞섰지만 그 의도는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찬물을 끼얹기 위한 것이었다”면서 “한나라당의 반대와 저지에도 불구하고 민생과 독도 법안 처리는 오늘 탄생하는 서울시장 후보에 대한 축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이어 “그중에서도 특히 강남재건축이익환수에 대한 법률 처리는 민생의 승리”라면서 “부동산을 투기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부동산투기에 대한 전쟁을 벌이고 있는 열린당과 민생정치의 승리라고 생각한다”고 행사장 분위기의 흥을 돋우기 위해 안간힘을 쏟았다.   

    정 의장은 독도 문제를 담은 동북아역사재단법을 언급하면서 “70년대 박정희 정권 시절 독도의용수비대장을 했던 홍순칠 선생을 정보기관에서 데리고 가 독도에 대해 떠들지 말라고 위협했다. 정보기관에 끌려가 오른손목을 독재정권이 망가뜨렸다. 그런 독재 정권의 후예들이 오늘 독도를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독도를 지키자는 법을 만드는 자리에는 불참하고 방해했다. 이들이 바로 반역세력이 아니고 무엇이겠느냐”며 발끈했다. 

    정 의장은 또 이날 통과된 주민소환제법에 관련해서는 “2002년 3기 단체장 248명 가운데 울릉군수를 포함해 32%인 79명이 구속되거나 기소됐다. 어떤 집단이 10명이 모였는데 3명이 구속 기소되는 집단이 어디 있느냐”면 한나라당의 지방권력 심판을 강조했다. 정 의장은 민노당 민주당이 이번 쟁점법안 처리에 동참한 데 대해 “삼각협력 연대를 통해서 부동산법 처리하고 독도, 주민소환제법 처리했는데 이것이 바로 민주개혁세력이 가야할 방향이 아니겠느냐”고 햇따.

    이어 열린당 서울시당위원장 유인태 의원의 뒤늦은 개회사를 통해 “어느 당 후보는 출마할 일이 없다고 하다가 지지도가 조금 오르니까 말이 바뀌었는데, 그런 사람과 우리 당의 후보는 질이 다르다고 생각한다”면서 “어느 분이 후보가 될 지 몰라도 다 진국이다. 좀 뜨니까 출마하는 사람이랑은 질적으로 다르다. 한달 남았다. 어느 상품 질이 진짜인지 짝뚱인지 판별해 낼 것”이라고 했다.

    유 의원은 이어 “지금까지 국회가 쌈박질하는 날은 밤 12시가 돼야 국회가 끝나, 서울시 소속 국회의원이 투표 못 할까봐, 이계안 후보가 호출당할까봐 걱정했다”면서 “우리가 원하는 법 다 통과시켰다. 하늘이 우리를 돕고 있다고 믿고 있다. 오늘 일로 봐서 5.31 선거도 반드시 하늘이 우리를 도울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이후 행사 진행 사회자는 ‘자랑스런 여의도의 전사’들이라면서 소속 의원들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하며 힘찬 박수를 부탁했다.

    저조한 투표율이 이번 열린당 서울시장 경선의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열린당 서울시장 후보 선출대회가 열리고 있는 서울 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 오후 3시 30분~5시 현재까지, 터치스크린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투표장 주변에는 한산한 감을 넘어서 일부 당직자들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다.

    대형 스크린에서는 후보자의 연설내용이 재차 방영되고 있고 정동영 의장, 김근태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가 행사장으로 급히 발걸음을 하고 있다는 소식에도 불구하고 투표를 마친 당원들이 대거 행사장을 빠져나갔으며 각 후보 진영의 사람들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당초 열린당의 서울시장 경선이 ‘승부가 난 게임’이라는 평가가 많았던 데다가, 갑작스런 국회의 쟁점법안 대치상황을 놓고 흥행 ‘참패’가 예견되기는 했지만 ‘너무한 수준’이라는 게 참석자들의 반응이다. 이런 식의 경선 분위기라면 어느 후보가 되든 본선에서도의 영향을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일부 당원들의 경우에는 이번 서울시장 후보 경선의 낮은 투표 참여율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내보이고 있다.

    행사장 밖의 분위기도 썰렁하긴 마찬가지. 보라색 티셔츠를 입은 강금실 후보 측 사람들이 행사장 주변에서 ‘당신 안의 희망! 강금실’ ‘희망을 일하게 하자! 강금실을 일하게 하자!’고 구호를 외치면서 약간의 율동을 곁들인 분위기 잡기에 나섰지만 ‘그들만의 축제’인 양상이다. 이계안 후보 측도 흰색 티셔츠에 노란색 ‘이계안 후보’를 상징하는 테이프를 붙이고 ‘행복한 서울! 준비된 서울시장! 따뜻한 CEO 이계안’을 외치고 있지만 한산한 모습이다. 

    이날 행사의 사회를 맡은 열린당 서울시당 여성위원장 서영교 부대변인만이 분위기 띄우기에 안간힘을 쏟고는 있지만 역부족인 모습이다. 당초 정봉주 유승희 의원 사회에서 갑작스레 바꿔 사회에 나선 서 부대변인은 행사 사회를 보는 내내 국회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달하면서 힘찬 박수를 유도하면서 목소리까지 상했지만 그 때 뿐이었다. 

    서 부대변인은 “이 자리에 당 지도부가 함께 하지 못한 것은 지금 국회에서 한나라당과 대치 중이기 때문”이라면서 “역사상 이런 날이 없었던 것 같다. 몸으로 막는 한나라당과 싸움을 하느라 이 자리에 참석하지 못하게 됐다. 이해해 달라”며 당원들의 이해를 구했다. 그는 이어 “여의도를 향해 힘내라고 힘찬 박수를 부탁드린다. 열린당이 한나라당의 방해 공작에도 불구하고 국민을 위한 민생입법을 통과시키라고 다시 한번 힘찬 박수를 부탁드린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