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대통령의 사립학교법 양보 권고에 대해 열린우리당이 거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을 놓고 정치권이 ‘고도의 전략이 내포된 ‘꼼수’아니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내보이고 있다.

    겉으로 드러난 상황만을 놓고 본다면 이번 사태가 노 대통령의 국정장악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측면에서 노 대통령이 탈당 등의 수순을 밟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도 일견 관측되고 있다. 그러나 5월 지방선거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서 그것도 여당의 정체성과 직결되는 사학법 재개정 문제를 건드렸다는 점에서 다른 속내가 있지 않겠느냐는 의심어린 눈초리가 대다수다.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역으로 ‘당·청이 짜고 치는 것 아니냐’는 점에 상당한 무게를 내보이고 있다.   

    당장 한나라당은 “대통령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열린당이 사학법의 재개정을 거부한 것은 청와대와 여당이 짜고 치는 고스톱 아니냐”며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그간 열린당 안팎에서도 “노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 중 마지막 선거인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그냥 모른 채 하겠느냐”는 말들이 나왔었다. 임기말 국정운영이라는 측면에서도 지방선거 완패는 노 대통령에게도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는 만큼 뭔가 나름의 역할이 필요했다는 관측이다. 20%대에 머물고 있는 당 지지율이 좀처럼 반등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지방선거 판세가 불리하게 돌아감에 따라 분위기 반전을 위해서는 사학법 문제만큼 적절한 것이 없었다는 설명이다.

    사학법이 여당 내부에서 갖는 의미를 감안한다면 더욱 그렇다는 것이다. 여당은 작년 말 12월 국회를 한바탕 ‘난장판’으로 이끌면서 사학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함으로써 당 지지자들로부터 ‘속 시원하다’ ‘이게 열린당의 정체성’이라는 등의 적극적인 호응을 받아왔었다. 노 대통령도 그 후 사학법 재개정을 요구하는 한나라당의 장외투쟁이 일자 초강경 입장을 보여왔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재차 사학법 문제를 건드리면서 ‘개혁 정당’의 정체성을 지지자들에게 강조하고 개혁정당의 이미지를 제고하면서 가깝게는 지방선거를, 멀게는 대선 구도까지의 상황을 감안하지 않았겠느냐는 설명이다.

    물론 한나라당에 대해서도 역공을 펼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민생 관련 법안 처리를 위해 당 정체성까지 양보를 권하면서 ‘초당적 리더십’을 보여줬는데, ‘한나라당은 고작 발목 잡기 정치나 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사태는 노 대통령의 ‘초당적 리더십’을 보여줬다는 측면에서도 득이 됐다는 계산이다. 노 대통령이 사학법 양보 권고의 이유로 “여당이 대승적 차원에서 국정에 대한 책임의식” “국정을 포괄적으로 책임지는 행보가 필요한 때”라는 등의 표현을 운운한 점도 이런 상황과 맥이 닿아있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지방선거 이후의 원만한 국정운영을 위한 리더십을, 반면 여당은 당 정체성을 강조하면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지층을 결집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이규택 최고위원은 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것은 한마디로 대통령 권고에도 불구하고 재개정 거부하고 있다는 것은 청와대와 여당이 짜고 치는 고스톱이 아니냐. 국민 농락, 야당 농락하는 양치기 소년 같은 짓이 아닌가”라고 발끈했다. 이 최고위원은 “사학법 하나 때문에 민생법안 처리 외면하고 있는 여당으로서의 정체성 상실한 것”이라면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 준엄한 심판 받게 될 것이다. 여당은 청와대의 권고를 받아들이고 즉각 사학법을 재개정해 줘야지 그렇지 않으면 국회에 상당한 혼란 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영선 최고위원도 이번 사태를 “사학법으로 내부분열, 교육계 분열 아군과 적군 나누는 갈등을 재연하려는 선거 전략의 하나”고 규정하면서 “사학법 재개정은 여야가 합의돼 있고 대통령과도 합의돼 있는 국민적 합의다. 국민과 여당을 농락함으로서 지방선거를 갈등구조로 끌고 가 국정 실패를 면피하려는 것은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을 것”이라며 비난했다.

    아울러 일부 네티즌들도 “사학법 양보는 노무현의 꼼수”라면서 “서로 짜고 하는 일에 한나라당은 정신 바짝 차리고 무시해버려라. 그들의 수작에 말려들면 안 된다. 꼼수는 꼼수로 망한다”고 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갑자기 들고 나온 사악법은 쑈쑈쑈”라면서 “우리 국민들은 이제는 안 속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