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급한 강금실, 바꿔 모두 다 바꿔’

    5·31 지방선거와 관련해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전 의원이 확정된 직후인 26일 오후.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이 정책 공약 발표를 위해 국회 기자실을 찾았다. 흰 재킷에 보라색 스카프를 두른 모습은 여전했지만 목소리와 행동 스타일은 눈에 띄게 달라진 모습이었다. 종전의 작은 음성과 차갑게 느껴지던 이미지에서 확 변화된 모습이었다. 당장 기자들 사이에선 "오 전 의원과 지지율 격차가 더 벌어지니까, 웃통을 벗어 던진 것 아니냐"는 반응이다.

    강 후보는 이날 정책 발표 기자회견을 갖으면서 시종일관 크고 힘이 들어간 또렷또렷한 목소리로 준비해온 서울시 교육정책 관련 공약을 발표했다. 중요성이 큰 부분에 있어서는 힘을 줘서 말하기도 하는가 하면 기자들의 질문에도 종전의 웅얼거리던 태도에서 분명하게 답하는 모습도 보였다. 기자회견 직후에는 회견장을 떠나기 바빴던 예전의 모습과는 달리 일일이 기자들을 찾아 악수를 청하면서 간단한 질문을 주고받기도 했다.

    ‘목소리가 또렷해졌다’ '힘이 들어가 있다‘ ’많이 달라졌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강 후보는 “20일동안 선거라는 새로운 문화에 와서 적응속도와 학습속도가 매우 빠른 학생으로 칭찬받고 있다. (당내 기초단체장) 경선장에서 연설을 몇 번 했더니 내 안에 있는 소질이 나오고 있는 것 같다”고 대답했다.

    강 후보의 이같은 변화는 일단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로 확정된 오세훈 전 의원과 이미지가 오버랩 되면서 이미지 외에 본격적인 차별화 전략에 시동을 걸고 나선 것으로 풀이되지만 강 후보 측은 이런 해석에는 선을 긋고 있다. 강 후보 측의 대변인격인 조광희 변호사는 “강 후보 자신이 당내 (기초단체장) 경선 현장을 돌아다니면서 이런 표현과 방법이 전달력 측면에서 더 효과적이겠다고 생각해 스스로 바꿔나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본질적인 내용이 바뀐 것은 아니고 전달력 부분에서 효율적으로, 추상적 표현을 구체적으로 간결하고 쉽게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이라고 했다. 조 변호사는 “스타일 변화에 별도의 조언자가 있는 것은 아니고 캠프에서 ‘사람들을 만나면 악수도 하고, 사진도 찍으라’는 말들이 나왔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정치권 안팎에서는 강 후보의 목소리 톤 부터가 달라지고 적극적인 행동 스타일로 나선 데에는 역시 ‘오세훈 효과(吳風)’와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다. 당장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이 끝난 직후 실시된 중앙일보 여론조사에서도 오 전 의원에 22%P나 뒤진 것으로 나오면서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뭔가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지 않았겠느냐는 관측이다. 

    그 첫 단추가 음성의 톤에서 강하고 분명함을, 전달력에 있어서도 구체적으로 보여주면서 적극적으로 다가서는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어떤 식으로든 오 전 의원과의 본격적인 차별화가 필요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강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 도중 지지율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데 대해, “다음 주 화요일(당내 서울시장 경선)을 앞두고, 이번 주부터 서서히 선거가 본선으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이제까지 여론조사 결과만 가지고 향후 선거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예측은 속단”이라고 했다. 강 후보는 이어 “아직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 역전이 가능하다고 본다. 후보의 차별성으로 역전이 될 것으로 본다”면서 “리더십과 능력의 문제, 서민을 위한 진정한 개혁 정책에 대한 (오 전 의원과의)차별성이 이뤄질 것으로 예측한다”면서 강한 자신감을 내보였다. 강 후보는 또 이계안 후보와의 당내 경선에 대한 전망도 “그것은 경선날 보면 알게 될 것”이라면서 “나는 지금 압승을 자신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강 후보는 이날도 서울시가 서울시청 뒤편에 신청사를 건립하는 문제에 대해 “나는 그 자리에 짓는 것 절대 반대한다”면서 “우리는 용산 신도시 개념으로 용산으로 옮기자고 내걸었지만 당선돼도 이후 시민들과 논의를 해서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 후보는 그러면서 “정책은 연속적으로 승계돼야 하지만 잘못된 것은 수정해서 승계해야 한다”면서 “조순 고건 시장 때 이미 용산으로 옮기기로 확정돼 있었는데 이명박 시장에 와서 왜 변경된 것인지 찾기가 어렵다. 시정의 연속성상에서 옮기는 게 타당하다”고 했다. 오페라 하우스 건립 문제에 대해서도 “타당성이 없다고 본다”면서 “시정의 연속성이라고 다 승계한다는 게 아니라 연속성 입장에서 고칠 것은 고치고 한다는 것”이라고 이 시장을 겨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