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린우리당이 5·31 지방선거와 관련, 아직까지 후보를 선정하지 못한 인천광역시 강원도 제주도 3곳을 놓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강원지사에는 ‘나서겠다’는 사람이 없는 ‘인물난’ 때문에, 인천시장과 제주지사의 경우에는 영입을 고려하고 있는 인물들에 대한 당원들의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

    당장 24일에는 제주도 지역 기간당원들이 당 지도부의 김태환 제주지사 영입 움직임에 일제히 발끈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날 오후 제주도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철새 정치인 김태환 도지사가 어떻게 열린당의 정체성과 부합하는지 백번을 고민해도 명분도 논리도 구해지지 않는다”면서 “김태환 도지사의 입당 시, 제주도당이 극심한 분열상을 나타낼 것”이라고 강력 경고했다.

    이들은 이어 “2000년 지방선거에서 제주시장 경선을 회피하려고 민주당 탈당, 2004년 도지사 보궐선거를 앞두고는 한나라당에 입당, 현명관씨가 한나라당에 입당할 때 정치생명의 위기를 탈당으로 모면한 김 지사가 정치개혁 민생개혁을 기치로 하는 열린당과 어떻게 어울리는지 당 지도부는 해명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당 지도부의 이같은 행동이 내부의 전열을 스스로 흐트리면서 자당 후보의 지지도 상승을 방해하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면서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특히 이날 기자회견을 주도한 제주도 기간당원 이승훈씨는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100년 정당 운운하더니, (김 지사가) 당의 정체성과 부합하는 인물이냐”면서 “당원들의 뜻과 무관하게 움직이는 ‘세력’이 있다”는 등 분노를 숨기지 않았다. 

    김 지사는 지난 2월 중순, 현명관 전 삼성물산회장의 영입에 반발해 한나라당을 탈당했던 인물로, 열린당 지도부는 현재 김 지사의 적극 영입 움직임에 나선 모양새다. 열린당은 당초 제주지사 후보에 진철훈 전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이사장을 단수 공천하려 했지만 ‘필승카드’라는 명분을 내세워 김 지사쪽으로 급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2~23일에는 주말을 이용해 당 인재발굴기획단장인 문희상 전 의장이 극비리에 제주도를 다녀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당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열린당이 김 지사 영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데에는 제주도의 지방선거 판세와도 무관치 않다는 시각이다. 김 지사가 현직이라는 이점을 가지고 있는 데다가, 현명관 후보의 영입에 반발해 한나라당을 탈당하기는 했지만 기존 조직이 건재한 만큼 한나라당 후보와의 양자 대결 구도가 이뤄진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계산에서다.

    아울러 열린당은 인천시장 후보 선정 작업을 놓고서도 그간 공을 들여온 강동석 전 건설교통부 장관이 고사하면서 최기선 전 인천시장 쪽으로 접점을 찾아, 조마간 공식 입당식을 가질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 전 시장이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는 게 당 지도부의 판단이지만 당내 일각에서는 정체성에 맞지 않는다며 반발할 움직임도 내보이고 있다. 최 전 시장은 김영삼 전 대통령계로 정계에 입문, 한나라당 자민련 타이틀로 13대 국회의원과 민선 인천시장을 지냈었다. 

    강원지사 자리를 놓고서는 ‘엄기영 카드’가 무산됨에 따라 ‘인재난’에 시달리고 있는 모습이다. 이광재 의원이 자천타천 거론되고는 있지만 이 의원은 당 전략기획위원장으로 지방선거 전반을 진두지휘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진선 현 지사가 너무 막강하다는 것도 ‘인물난’에 한 몫하고 있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