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일 거세게 불고 있는 오세훈 바람에 신이 난 것일까. 한나라당 소장파가 오세훈 전 의원의 서울시장 경선 참여 이후 크고 작은 현안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며 발빠르게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런 소장파의 움직임에 대해 당 일각에선 '발빠른 대응'이라기 보다 '성급한 대응'이라는 비판이 일고있다. 김덕룡 박성범 두 중진 의원의 대형 공천비리가 터지자 한나라당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즉각 당 지도부 책임론을 제기하며 '정풍(整風)'을 주장했다.

    하지만 당 지도부가 정당사상 처음으로 자당 소속 중진 의원을 스스로 검찰에 고발하는 등 발빠르게 대응하고 다수의 소속 의원들이 소장파의 지도부 책임론을 강하게 질타하는 등 오히려 소장파가 코너로 몰리는 분위기로 상황이 전개되자 한 발짝 물러섰다.
     
    소장파 의원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새정치수요모임(수요모임)은 19일 다시 당 지도부에 대한 맹공을 예고했다. 이유는 공천비리에 대한 당 자체 감찰활동의 중단. 수요모임은 이날 오전 모임을 갖고 이날 예정된 의원총회를 통해 이 부분에 대한 문제제기를 할 방침을 세웠다. 오후엔 기자회견도 계획했다.

    원희룡 최고위원은 이날 의원총회 직전 일부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김재원 단장을 제외한 나머지 감찰단원은 활동내용을 잘 모른다. 회의조차 한번 하지 않았다"며 "이게 무슨 감찰단이냐"고 맹비난했다. 그는 "어떤 사람은 판단기준이 모호해 검찰에 수사의뢰를 하고 어떤 사람은 양측 주장이 엇갈리고 물증이 없어 중단하는데 기준이 뭐냐"고도 했다. 그러면서 "감찰단 활동을 중단한 뒤 나중에 또 대형 공천비리 사건이 터지면 그때 가서 다시 구성한다는 말이냐"고 주장한 뒤 "수요모임 차원에서 문제제기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비공개로 진행된 의원총회에서도 남경필 의원이 감찰활동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고 수요모임 측 관계자는 "당의 감찰활동에 대한 불만이 크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수요모임은 계획했던 기자회견을 하지 않았다. 이유는 자신들이 당 지도부를 오해를 하고 있었다는 것.

    18일 감찰활동에 대해 기자회견을 가진 당 지도부는 언론을 통해 마치 감찰활동이 종결된 것으로 보도되자 다시 회견을 열고 이를 해명했다. 허태열 사무총장은 "새로운 비리가 접수되는 대로 즉시 조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고 박근혜 대표도 "당 감찰활동은 마무리 된 게 아니다. 앞으로도 잘못된 것이 나타나면 지금껏 해왔듯 원칙대로 처리할 예정"이라며 '용두사미'로 끝났다는 언론의 보도를 반박했다.

    수요모임은 당 지도부의 해명은 듣지 못한 채 언론 보도만을 보고 당 지도부에 대한 공세를 준비한 셈이다. 이번에도 성급하게 움직인 것이다. 수요모임 대표인 박형준 의원은 "(의총에서) 당 지도부의 입장을 들어보니 그게(감찰활동을 중단한다는 것이)아니라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가 두 중진 의원을 스스로 검찰에 고발하자 수요모임은 이를 높게 평가했고 지도부가 비리인사에 대한 정풍운동을 할 경우 적극 지원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러나 지도부와 수요모임이 한 목소리를 내기엔 아직 양측의 간극이 커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