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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3·1절 골프 파문’으로 총리직을 사퇴한 지 한달여만인 19일 처음으로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한명숙 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준 표결을 위한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열린, 당 의원총회장이었는데 소속 의원들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했다.
사회자의 당 복귀 소감을 피력해 달라는 요청에 따라 단상에 오른 이 전 총리는 ‘뵙게 돼 반갑다. 그간 당에서 여러 가지로 물심양면 지원해주셔서 어려운 국가 과제를 많이 해결 할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표하면서 말문을 열었다. 이어 이 전 총리는 “당에 돌아왔고 국회에 돌아왔기 때문에 의원님들과 힘을 합쳐 참여정부가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 될 수 있도록 힘을 다하겠다”는 말로 당 복귀 소감을 마치고 단상을 내려갔다.
이 전 총리가 발언하는 중 일부에서 박수가 나오기는 했지만 대다수 참석 의원들은 이 전 총리가 귀 소감을 발언 중임에도 전혀 개의치 않고 삼삼오오 서로간의 의견을 주고받는 데 한창이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우리나라 헌정사상 최초의 여성총리 탄생을 앞두고 있었던 만큼 소속 의원들은 이 전 총리는 안중에도 없는 분위기마저 내보였다. 당 복귀 소감 발표에 앞서 이 전 총리는 정동영 의장과 김한길 원내대표 등과 악수를 주고 받기도 했지만 별다른 말없이 의례적이고 형식적인 수준의, 그 이상의 모습은 아니었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는 이 전 총리가 지난 14일 당내 재야파 의원들과 만찬을 함께한 데 이어 이날 의총장에 모습을 드러냄으로써 사실상 이 전 총리가 골프 파문으로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한 그간의 ‘자숙’(?) 기간을 끝내고 본격적인 정치재개에 나섰다는 반응이다. 당시 재야파 만찬 자리에서 정치현안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는 물론, 특히 지방선거 이후 당내 문제에 대한 언급 등이 있었지 않았겠느냐는 설명이다.
이 전 총리를 중심으로 한 당내 ‘범개혁세력결집’이란 목표에 시동이 걸리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는 상황에서 이 전 총리의 당 복귀를 '눈치없이' 대놓고 환영하거나, 싫은 내색을 제대로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는 게 당 안팎의 설명이다.한편, 이날 의총에서 김 원내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정치상황을 제대로 관리해야할 책임을 진 원내대표로써 몇일의 상황이 여러분께 걱정을 드린 점에 대해서는 안타깝고 부담스럽게 생각한다. 긴 말씀 드리지 않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최근 ‘경악할 비리’라고 예고한 폭로건의 실체를 놓고 일었던 당내 비난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원내대표는 이어 “오늘 아침 4·19기념탑 앞에서 묵념하고 향냄새를 맡으면서 더 잘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