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신의 취임식장에서 이종석 통일부 장관을 향해 ‘한 시대의 역사를 설계한 남북관계 전문가’라는 칭송을 바친 바 있는 신언상 통일부 차관이 14일 ‘북한 인권단체들이 말만 앞서고 북한 인권에는 도움을 못주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파문이 일고 있다.

    신 차관은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민족통일협의회(의장 한양수) 주최 ‘평화와 번영을 위한 통일포럼’에 강연자로 참석해 이같은 발언을 했다.

    북한전문 인터넷신문 '데일리NK'에 따르면 신 차관은 “세계 각국의 인권 단체들이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 엄청 떠들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하고 있는것이 뭐가 있느냐”며 “피켓들고 데모하고 시위하고 성명서 낭독한다고 해서 인권문제가 해결될 것 같으면 우리도 100만장의 성명서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미국과 일본, 유럽 사회, 우리 안에서도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정부가 그것을 모르지 않으며 그들보다도 더 많이 알고 더 걱정을 하고 있다”며 “문제는 말로만 인권문제를 해결하자고 떠드는 것이 현실적인 대책이냐는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신 차관은 “실질적으로 해결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며 “그것이 정부의 선택”이라고 강변했다. 또 “화해협력 정책이 시작된 지 얼마 안된 시점에서 북한이 가장 아파하는 것을 다시 끄집어 내면 현재까지의 판 자체가 깨진다”고 주장했다. 참여정부의 대북정책 성과에 대한 옹호도 이어졌다. 신 차관은 “참여정부는 탈북자 5000여명을 받아들여 편안하게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이산가족 1만 4000명이 상봉하게 했다”며 “우리 정부는 소리없이 같은 민족으로서 할 일을 하고 있는데 이 이상 북한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고 말했다.

    신 차관의 발언에 대해 북한인권단체 관계자들은 일제히 ‘말도 안되는 소리 말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피랍탈북인권연대 도희윤 대표는 15일 뉴데일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신 차관이 관료주의의 전형을 보여주고있다”며 “NGO활동을 모르는 아주 무식한 발언이다. 기본 상식이 없는 사람”이라고 맹비난했다. 도 대표는 “NGO 단체 사람들은 피켓 하나 만드는데도 자기 호주머니를 털어 충당하고 있다. 피켓 하나 만드는데 돈 한번 낸 적 있느냐 ”며 “우리가 권력을 잡았으면 현 정부처럼 일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는 “탈북자 5000여명을 받아줬다고 하는데 그 사람들을 누가 데리고 왔느냐. 그 사람들이 탈북하는 데 아무 도움도 못 준 정부가 무슨 할 말이 있느냐”며 분개했다.

    지난해 12월 ‘북한인권국제대회’를 이끌었던 자유주의연대 신지호 대표도 이날 “대응할 일고의 가치가 없는 발언”이라고 잘라 말했다. 신 대표는 “탈북자들은 자기 발로 어렵게 한국 땅을 찾은 사람들이다. 정부가 도와줘서 탈북한게 아니다”라고 강조하고 “요코다 메구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일본 정부가 북한을 압박했던 것과 비교해보면 우리 정부가 대북정책을 어떻게 진행하는지 잘 알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