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일보 15일자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은 2004년 8월에, 김진표 교육부총리는 2005년 1월에 각각 취임하면서 비슷한 철학을 보였다. 공 교육감은 “교육만이 국민에게 창조적인 힘과 비전을 불어넣는다”고, 김 부총리는 “교육이 선진화되지 않고서는 절대 선진국가로 발전할 수 없다”고 했다. 다 교육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약속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두 사람은 다른 길을 가고 있다.

    자립형사립고 문제에 대해 공 교육감은 취임 당시 “자사고 확대는 막을 수 없는 대세”라고 했고,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선 “서울에 2, 3곳의 자사고를 설립하겠다”며 구체적 구상을 밝혔다. 이후 교육부가 갑자기 자사고 확대에 반대하고 나섰다. 그러자 공 교육감은 11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교육부가 막더라도 일반 사립고로 허가를 낸 뒤 2, 3년 후 자사고로 전환시키겠다”며 변함없는 자세를 보였다.

    노무현 정부 초기 경제부총리로서 자사고 확대를 주장했던 김 부총리는 지난해 한때 ‘유보 입장’으로 후퇴했다가 12월 사학법 파동이 확산되는 와중에서 “자사고를 20개 정도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더니 대통령이 ‘양극화 해소’를 들고 나오자 “자사고는 답이 아니다”며 표변했고, 이후 자사고를 매도하는 선봉장이 됐다. 그는 지난달 23일 정책홍보사이트 국정브리핑에 ‘자사고를 늘려서는 안 되는 이유’라는 글까지 기고했다.

    공 교육감의 ‘소신 행보’는 자사고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교육 취약지역을 집중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해 온 그는 구로구에 새 과학고를 설립하기로 했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반대하는 국제중학교의 설립도 내달에 허가할 방침이다.

    김 부총리의 ‘갈대 행보’는 이미 널리 알려진 대로다. 교육의 혼선을 자초하며 ‘코드 따르기’에 급급한 그를 보고 있자면 교육부 무용론(無用論)을 넘어 교육부 해악론(害惡論)도 설득력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교육부가 없어져도 비전과 능력을 갖춘 교육감이 일선 교육을 책임진다면 한국 교육은 개선될 여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