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일보 12일자 사설 '여당, 서울시장 후보 위장경선으로 가나'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열린우리당 내에서 서울시장 후보 선출을 놓고 벌어지는 장면은 그야말로 눈가리고 아옹하는 식의 이율배반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우선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하는 데 있어 경선 방식을 채택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 자체가 앞뒤가 맞지 않는 논리다. 정동영 당의장과 김근태 최고위원 등 내로라 하는 당내 실력자들이 강금실 전 법무장관의 영입에 총력을 기울여 강 전 장관의 5일 후보 출마선언 및 6일 입당을 성사시켰다. 그럼에도 강 전 장관과 연초 출마 출사표를 내면서 이후 주례 정책발표회를 가져온 이계안 의원의 경선이라는 모양새를 갖춰 ‘흥행 효과’를 높이려 하고 있지만 시민의 눈에는 ‘위장 경선’으로 비치는 게 사실이다.

    강 전 장관을 영입했다해도 이들 두 후보가 공정한 상황과 조건 속에서 경쟁을 통해 심판을 받을 수 있도록 당내 경선 구조를 만드는 것이 당 지도부가 감당해야 할 최소한의 책임이다. 경선과 관련한 현 당헌 당규는 기간당원 30%, 일반당원 20%, 그 밖의 50%에 대해서는 국민참여 방식 내지 여론조사 방식을 정하고 있다. 당내 주류는 기간·일반당원 이외의 ‘50%’를 국민참여 방식이 아닌 여론조사 방식으로 밀어붙였다. 강 전 장관의 인기도를 감안하면 그 방식이 그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구도이기 때문이고, 따라서 경선 자체가 ‘통과 의례’에 지나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여당은 2004년 총선이래 국민참여 경선이 마치 정치개혁의 알파요 오메가인 듯 내세우더니 이젠 인기 높낮이를 좇아 여론조사 방식으로 돌아서는 것이다. 이런 행태가 사실상의 ‘낙하산 공천’일진대 권위주의 시절과 뭐가 다른가.

    여당은 5·31선거의 전범이어야 할 서울시장 선거부터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승리 지상주의에 빠져 ‘무늬만 경선’의 이미지 정치로 희화하고 있다. 여당은 “강금실에 대한 보도가 ‘연예가중계’를 보는 것 같다”고 한 정치권 일각의 지적을 부끄러워해야 한다. 서울시장 후보경선부터 공정하게 실시해 5·31 선거 전반을 공정하게 이끌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