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장에서 전북도지사로 이어지는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신경전에 한나라당이 가세했다. 한나라당은 5·31지방선거전의 ‘적군’인 민주당의 편에 서서 또 다른 ‘적’ 열린우리당에 대한 공격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지기반이 겹치는 열린당과 민주당의 싸움이 치열해질수록 표 분산으로 인해 한나라당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민주당의 ‘서울시장 박주선’ 카드에 열린당은 호남 표 이탈을 우려하며 긴장하는 모습을 보인 반면, 한나라당은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에게 타격이 될 수 있다고 기대하며 반색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민주당을 이용해 열린당을 견제하려는 한나라당의 모습은 5일 국회에서 진행된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여실히 나타났다. 정병국 홍보기획본부장은 이날 회의에서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민주당 박주선 전 의원에게 공개편지를 통해 ‘막말’을 쏟아낸 이기명씨를 비판하며 민주당을 두둔했다.

    정 본부장은 “열린당은 선거 때만 되면 '민주당을 찍으면 한나라당이 당선된다'며 유권자의 선택 자유를 부도덕한 것인 양 호도했다”며 “자신들의 판단만이 선악의 기준인 것처럼 군림하려는 오만하고 독선적인 짓”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정당이 후보를 내는 것은 당연하고, 민주당은 자신의 뿌리를 후벼파고 떠난 '배신당'과 경쟁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강 전 장관은 자신의 재임 시절 이뤄진 박 전 의원 재판 결과에 대해 분명한 해명과 사과를 해야 한다”고 민주당의 역성을 들었다.

    한나라당은 또한 열린당 탈당 뒤 무소속 전북지사 출마설이 나돌았던 강현욱 전북지사의 불출마 선언에 대해서 정작 강 지사의 영입을 타진했던 민주당보다 더 발끈하는 모습을 보이며 당 차원의 진상조사 방침까지 밝혔다. 엄호성 전략기획본부장은 “강 지사의 돌연한 불출마 선언과 관련, 여러 가지 좋지 않은 이야기가 들려오고 있다”며 “진정으로 본인 의사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본인이 직접 이야기하지 못할 불가피한 사유가 있는지에 대해 심도있게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계진 대변인은 이날 국회브리핑에서 “열린당을 탈당하고 무소속 출마를 하겠다고 말해왔던 강 지사가 갑자기 입장을 바꾼 것에 대해 여러 가지 의혹을 품고 짐작하지 않을 수 없다”며 “강 지사의 잠적을 보고 상식적인 유·무형의 압력을 의심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열린당은 전북에서조차도 사실상 지방선거 승리를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었다”며 “더구나 강 지사가 무소속으로 출마하게 되면 여당의 승리는 더더욱 희박해진다는 게 일반적이 관측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강 지사의 불출마 선언과 잠적 배경에 대해 계속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