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흥망이 유수하니 검찰청도 변하는구나
    김재록은 재워두고 현대차만 남았는가
    석양에 지나는 객이 웃음겨워 하노라”(한나라당 이계진 대변인)

    한나라당이 ‘김재록 로비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에 갖고 있는 불만을 단적으로 표현한 ‘원석천 시조 패러디’다. 김재록 사건을 현 정권의 권력실세가 개입된 ‘게이트’로 보고 있는 한나라당은 5일 검찰 수사 방향이 현대차 비자금 조성 등으로 집중되고 있는 것이 청와대의 개입에 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나타냈다.

    한나라당의 검찰 수사에 대한 문제제기는 ‘김재록 게이트’로 노무현 정권의 부도덕성을 최대한 부각시켜 5·31지방선거를 ‘노무현 정권 심판론’으로 주도하려는 전략과도 맞물려 있다.

    이재오 원내대표는 5일 국회에서 열린 당 주요당직자회의에서 “검찰은 김재록 게이트의 진상을 은폐·축소·조작하지 말고 국민이 알고자 하는 권력 실세들의 개입 여부에 대해 밝혀야 한다”며 “현 정권 권력실세들이 어떻게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헐값 매각하고 김재록이 개입된 각종 구조조정을 통해 외국기업에 부당이익이 돌아가게 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김재록 게이트는 국부유출과 직결된다”며 “국부유출 책임이 김재록에 있는지, 노 정권의 권력 실세에 있는지 여부를 밝혀야 한다”고도 했다.

    이 원내대표는 “현대차의 비자금에 대해서도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며 “탈법적으로 이뤄진 비자금이 어떻게 쓰였는지 어디로 갔는지, 정치권에 들어왔으면 어느 당에 어떤 목적으로 전달됐는지 소상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대차 후계구도 문제에 대해 한나라당은 언급할 생각이 없다”며 “불법과 탈법에 대해서만 처벌하면 된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만약 현대차 비자금이 현 정권과 전 정권 권력실세에게 흘러들어 갔는데 이를 은폐 축소하기 위해 수사 방향을 튼다면 묵과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허태열 사무총장은 “최근 김재록 게이트에 대한 검찰 수사 기조가 처음과는 달리 현대그룹 목조르기로 변했다”며 “김재록 사건은 어디가고 없고 현대차 비자금으로 국한됐다. 수사 기조 바뀐 것 아니냐”고 의혹을 직접적으로 드러냈다.

    허 사무총장은 “엄청난 정경 유착 비리가 드러나서 그런 것인지 김재록 사건과 관계없이 현대차 비자금에만 수사를 집중하고 있는 데 강력히 항의한다”며 “한나라당 김재록게이트진상조사단이 발족된 만큼 엄격한 잣대와 제보된 많은 정보로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이계진 대변인은 이날 국회브리핑에서 “검찰이 현대차와의 전면전을 펼치는 것 같다”며 “잘못했으면 수사하고 벌을 받아야 하지만 우리가 의아하게 생각하는 것은 김재록 수사 의지 실종”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검찰은 이번 수사와 관련 청와대에 보고를 했다고 했는데 왜 무엇을 보고 했는지 공개해야 한다”며 “청와대 보고 이후 김재록 수사는 유야무야돼 가고 현대차 수사가 더 강화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청와대 보고 때 검찰이 도대체 어떤 지침을 받은 것이냐. 밝혀야 한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