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이겼지 않습니까"

    한총련 성향의 상대를 누르고 비운동권 후보로 제 38대 경북대학교 총학생회장에 당선된 황병덕씨(경제통상학부 99학번, 27)가 한마디로 정리한 '요즘' 대학생들의 분위기다. '새로고침, 맛있는 총학생회'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입후보한 황씨는 28일 총 10448표 가운데 4938표를 얻어 '자주 총학' 후보(4294표)를 644표 차이로 따돌리고 총학회장에 당선됐다.

    경북대 학생모임인 희망학생연대21 대표로도 활동했던 황씨는 29일 뉴데일리와의 전화인터뷰를 통해 "경북대만 해도 2만명의 학우가 모두 각자의 생각과 다양한 의견이 있을텐데, 예전 총학생회는 선거에서 이겨 당선됐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마치 자신들의 주장이 모든 학생들의 뜻인양 정치적으로 이용해 왔다"며 기존 운동권 중심의 총학생회를 비판했다.

    황씨가 몸담았던 희망학생연대21은 지난 2002년 운동권 중심의 학생회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한 학생들이 인터넷을 중심으로 모인 비운동권 단체로 다분히 보수 성향을 띠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특히 이 모임은 지난해 6월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를 초청, 경북대 정보전산원에서 특강을 열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대표 취임 후 대학생을 상대로는 최초로 가진 이 강연에서 당시 박 대표는 한나라당의 새로운 노선과 이념으로 '유연한 실용주의'와 '공동체 자유주의'를 제시해 관심을 모았다.

    황씨는 "비운동권이 운동권을 이기고 당선되기는 어려운 일이었다"는 말로 선거운동 과정에서의 힘든 싸움을 설명했다. 황씨는 또 과거에는 기존 조직을 갖고 있는 운동권 세력이 신입생 환영회 같은 행사를 통해 손쉬운 방법으로 신입생을 끌어들였지만 이제는 신입생을 포함한 많은 대학생들이 갖고있는 개개인의 주관이 뚜렷해 운동권에 쉽게 흔들리지않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박사모 회원이라는 논란에 대해 황씨는 "회원도 아니며, 한나라당 당원도 아니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또 부학생회장(김동희, 전자전기컴퓨터학부 04학번)도 박사모와 관계없는 것으로 알지만 (희망학생연대21이나 선거운동본부 소속의) 다른 회원들은 어떤지 일일이 알지 못한다고 전했다. 현재 박사모 홈페이지에는 황씨의 당선을 축하하는 메시지가 계속 올라오고 있다.

    이와 관련, 황씨는 "새로운 학생회는 정치적인 문제와 학생들의 문제를 선을 긋고 명확히 구분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학생회는 다른 무엇보다 학생복지를 우선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황씨가 내건 주요 공약들은 대부분 학생복지와 학교발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황씨는 기존 학생회의 한총련 회비 납부를 비판하며, 한총련 탈퇴를 첫째 공약으로 내걸었다. 황씨는 "한총련 회비 납부는 학내 여론수렴 없이 이뤄졌다"며 "오히려 그 비용을 학생 복지에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황씨의 선거운동본부는 등록금 문제 해결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USB 메모리 무료배포 등을 약속했다.

    등록금 문제에 대해서도 황씨는 "막무가내로 등록금을 동결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옳지않다"며 과거 운동권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그는 "조경 사업이나 담장 허물기 등 당장 필요하지 않은 사업에 대해 학교측과 재협상한다면, 등록금 문제도 다른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