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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8일자 오피니언면에 도준호 숙명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가 쓴 시론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지난주 청와대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는 미디어 연구자 입장에서 볼 때 상당히 흥미로운 이벤트였다. 이 행사는 국내 5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동영상으로 생중계되었다. 대통령과 국민 대표 패널 간의 대담을 TV나 라디오가 아닌 인터넷에서만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네티즌에 대한 노 대통령의 각별한 친밀감을 확인시켜 주는 동시에 기존 대중매체의 권위가 해체되는 순간이기도 하였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이번 행사에 참여하지 않은 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의 반응이었다. 네이버는 언론사가 만든 뉴스를 전달할 뿐 직접 뉴스 생산과 관련된 활동은 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포털은 기존 뉴스의 매개자의 기능을 할 뿐이고 공적 책임성(accountability)이 따르는 언론의 역할을 하지 않는다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는 이야기였다. 과연 포털의 뉴스 제공 기능을 언론 보도의 단순 매개행위로 볼 수 있을까?
대다수의 포털이 직접 기사를 생산하지 않지만 언론사들의 뉴스를 취합하여 주요 뉴스를 선별하고 노출 영역을 결정하는 편집행위를 하고 있다. 이러한 편집과 기사의 온라인 공표(publishing)행위를 통하여 포털은 실질적으로 언론 고유의 의제설정기능을 하고 있다. 기존 언론사의 뉴스라도 해당 언론사의 인터넷 사이트에서보다도 포털에서 노출되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이 현실이다. 한 인터넷 조사기관의 통계에 의하면 2006년에 들어서 대형 포털사이트 뉴스의 경우 월 순방문자수가 2000만명에 육박하고 한 달에 포털 뉴스 이용자들이 열람하는 페이지 수의 합계는 30억 페이지가 넘는다고 한다.
오프라인 매체와 차별되는 포털 뉴스의 두드러진 특성 중 하나가 네티즌이 참여하여 만드는 콘텐츠가 포털 저널리즘의 일부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네티즌들의 댓글 달기를 통한 즉각적인 반응은 다양한 담론을 형성하면서 온라인 매체의 여론 형성기능을 확인시켜준다. 또한 특정 분야에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네티즌이 운영하는 블로그(blog) 가운데 일부는 상당수의 고정적인 독자를 확보하여 1인 미디어 시대의 새로운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한다. 현상을 종합해 보면 포털의 뉴스 제공은 새로운 형태의 저널리즘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변화 가운데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개똥녀 사건이나 연예인 X파일 사건에서와 같이 네티즌에 의한 명예훼손이나 사생활 침해 등의 문제가 온라인상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클릭 수를 늘리기 위해 선정적인 기사 제목을 달거나 연성 기사의 노출을 확대하는 포털의 행태도 지나친 상업주의라는 비판의 대상이 되곤 한다. 하지만 정작 근본적인 문제는 이런 부작용에 대하여 포털이 과연 어느 정도의 공적 책임성이 있는가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가 없다는 점이다. 문제가 터지면 이해 당사자와 포털 사이트의 다툼이 쉽게 소송으로 이어지는 이유도 포털 저널리즘의 공적 책임성을 규정하는 틀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언론은 공적 기능과 이윤 추구라는 양립하는 가치를 추구하게 된다. 포털도 이제 자기 의지에 상관없이 새로운 형태의 저널리즘 영향력을 가지게 된 현실과 이에 상응하는 공적 책임성 문제도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미디어가 공적 책임을 소홀히 하고 이윤 확대에만 몰두한다면 규제는 불가피하게 된다. 논쟁적 이슈에 대하여 수천 개씩 달리는 댓글과 그 안에 섞여 있는 악의적인 글들을 보면 포털 나름대로의 자정 노력도 역부족으로 보인다. 포털 저널리즘의 위상에 걸맞은 공적 책임성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