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이 천막당사 이전 2주년을 맞은 가운데 당내에선 '천막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자성을 촉구하는 소속 의원들의 공통된 목소리는 최근 당 분위기가 많이 흐트러져 있다는 것.
의원들은 연이은 재보선 압승과 지지율 상승 등으로 당이 많이 해이해졌다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마침 천막당사 이전 2주년을 맞아 소속 의원들은 이 같은 당 분위기를 지적하며 '천막초심'을 강조하고 있다.
매번 당론과 배치되는 주장을 펼치며 '이단아'라고 불리는 고진화 의원도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한나라당은 석고대죄하고 천막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고 의원은 또 "만약 천막초심을 잃은 지금같은 한나라당의 모습이 지속된다면 제2의 당풍쇄신 운동 깃발을 치켜들 것"이라며 당에 경고메시지를 보냈다.
고 의원이 배포한 보도자료 첫 페이지를 봤을 땐 고 의원의 이 같은 주장이 대다수 의원들과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다음 페이지를 읽어 내려가는 순간 고 의원은 언급한 천막은 대다수의 소속 의원들이 주장한 천막과는 다른 것이란 판단을 할 수 있었다.
보도자료의 두 번째 페이지 첫 문단을 통해 고 의원은 "지난 2004년 3월19일 오후 10시 여의도 파천교 밑 둔치에 10평짜리 비닐 천막이 세워졌다. 차떼기, 탄핵으로 얼룩진 한나라당의 자성과 개혁, 그리고 진정한 국민의 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 꽃샘추위보다 더 차가운 국민의 시선을 모두 짊어지고 천막당사를 차린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유감스럽게도 지금 한나라당은 국민의 정당으로 나아가는 나침반을 잃고 항로를 이탈해 가고 있다. 그러나 위기는 기회로 바꿀 수 있다"며 "바로 지금이 2년전 여의도 둔치를 뜨겁게 달구었던 순수한 천막정신으로 다시 태어나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고 의원이 말한 천막은 17대 총선 전 당내 소장 의원 모임이었던 '미래연대' 소속 의원과 수도권 지역 원외위원장들이 여의도 국회 옆 파천교 밑 둔치에 만들었던 것. 이들은 당시 탄핵역풍으로 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판단아래 대표로 있던 최병렬 전 의원의 사퇴와 한나라당의 탄핵 사과를 요구하며 농성을 벌였다.
물론 고 의원의 이 같은 발언 역시 당에 대한 고언일 것이다. 그러나 천막당사 2주년을 맞아 소속 의원들이 ''대국민 약속 실천대회'를 열고 천막당사 향수에 젖어있을 때 고 의원은 대다수 의원들이 생각하던 천막과는 다른 '천막'을 머릿속에 떠올린 것이다. 늘 대다수 소속 의원들과는 다른 의견을 제시하는 고 의원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색다른 '천막정신'을 강조하며 타의원과의 차별화(?)를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