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일보 23일자에 실린 사설 '해고 뒤 노조에서 거액 연봉 받는 노조간부'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일부 노조원들이 해고자 구제기금에 불만을 제기하고 나섰다. 노동운동하다 해고된 뒤 10년 넘게 구제기금에서 고액의 연봉을 챙기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한 회사의 노조는 해고자 11명에게 1인당 연간 1억4000만원 정도를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봉 인상분에다 세금 감면 혜택으로 옛 동료 직원보다 20%나 많은 연봉을 챙기는 경우가 한둘이 아닌 상황이다.

    노조가 조합원 동의를 받아 해고자에게 구제기금을 지급하는 것은 자유다. 법적으로 문제 삼기도 어렵다. KT 대한항공 서울메트로 등 대기업 노조들은 노조활동으로 해고된 경우 구제기금을 지급하도록 아예 노조 규약에 못 박아 놓고 있다. 그러나 이런 관행은 노동운동 과격화와 직업 노동운동만 양산할 뿐이다. 미래가 안정적으로 보장된 마당에 '사회적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는, 보다 화끈한 투쟁'에 대한 유혹을 떨치기 어렵다.

    물론 구제기금 지원을 받고 버티면서 직장에 다시 복직할 수도 있다. 그러나 10년 넘게 '무노동 고임금'을 받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번 사례도 연봉은 물론 상급 노동단체에서 별도의 수입을 챙겨온 해고자가 해당기업 노조와 노선 갈등을 빚으면서 불거졌다. 얼마 전에는 민주노동당 대표가 예전 직장에서 매달 별도의 돈을 받아 논란을 빚기도 했다.

    한국 노동운동은 지난해부터 채용 비리와 공금 횡령 등으로 이미지가 곤두박질했다. 그런데도 대중과 유리된 '귀족 노동운동'을 고칠 준비나 생각은 없는 듯하다. 일은 하지 않고 과거 노동운동했다는 이유로 거액 연봉을 10년씩이나 받으니 '그들만의 잔치'라고 손가락질을 안 받겠는가. 사회와 소통하지 못하는 어떤 사회운동도 고립과 몰락을 피하기 어렵다. 노동운동이 소수의 직업운동가가 아닌, 사회 다수의 고통을 대변하기 위해 어떤 길을 걸어야 할지, 지금부터라도 진지하게 고민해 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