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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시비에서 '로비'의혹으로 까지 하루가 멀다 하고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는 '테니스 논란'에 대해 이명박 서울특별시장이 직접 해명에 나섰다.
방미 일정을 수정하고 18일 조기귀국해 "사려깊지 못했다"고 사과한 바 있는 이 시장은 논란이 증폭되자 20일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사려깊지 못한 점을 이 자리에서 다시 사과드린다"면서 "이번 일을 통해 공직자가 보다 더 엄격하게 자기 자신을 지켜야 한다는 것을 알게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시장은 이번 테니스 논란을 '황제 테니스'라고 비판하는 데 대해선 불쾌하다는 반응도 나타냈다. 이 시장은 "시장 취임 이후 2~3년 동안 주말없이 서울시에 필요한 사업을 위해 일만 했다. 2003년 초 서울시 테니스협회 회장이 건강관리를 위해 동호인들과 부담없이 칠 수 있다며 초청했는데 당시 시간나는 대로 운동을 하고 싶어 성의로 받아들였고 03년 4~5월부터 한달에 한 두차례, 한 두시간씩 치게됐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황제테니스는 상식적으로 맞지 않아"
이 시장은 "미국방문 후 돌아와서 신문을 봤는데 시장이 테니스를 치기 위해 주말을 하루에 6~8시간씩 비워놓고 그래서 '황제테니스'를 쳤다고 보도된 것을 보고 굉장한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정치권의 '황제테니스' 비난에 대해 반박했다. 그는 주말 테니스장 독점 사용 의혹에 대해 "동호인들과 건전하게 테니스를 쳤을 뿐이고 테니스장을 주말에 통째로 빌려서 쳤다면 비서진을 통해 사전에 예약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라며 "시장이 언제 올지를 다 알고 있는 사람들이 토요일과 일요일 코트를 텅 비워놓는 것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로비 의혹에 대해서도 "테니스를 치는 과정에서 이해관계가 있었다면 가지 않았을 것이고 의사나 교수 등 전문직종 종사자 3~4명, 선수출신 6~7명과 함께 동호회 차원에서 테니스를 쳤고 그들과 테니스를 치며 어떤 부탁도 받은 적이 없었다"며 "동호회 멤버들도 만나서 테니스 얘기만 했고 부담갖지 않고 쳤기 때문에 간 것이다. 어떻게 하다 그런 말이 나왔는지는 모르지만 황제란 말을 붙이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쟁점이 되고 있는 테니스 비용과 관련해서도 "지난해 말 테니스 사용료가 제대로 지급되지 않았다는 비서진의 얘기를 듣고 사실 많이 호통을 치며 '빨리 정산을 하라'고 했다"며 "50여회의 사용료 600만원을 즉시 정산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동호인들이 시장이 다 부담할 수 없다고 판단해 600만원을 내달라고 했고 나머지 2000만원은 동호회 총무인 안 모씨가 선납한 뒤 나중에 정산하기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한 뒤 "동호인들이 비용을 나눠 내기로 한 것은 순수한 뜻으로 이해했다"고 해명했다.
학교용지를 자신의 결재로 등기 건물이 아닌 가건물 형태로 건설을 추진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잠원동 실내 테니스장과 관련해서도 그는 "취임 전부터 도봉구 창동 일대에 체육공원 건립예산이 책정됐는데 그런 체육시설을 강남에도 만들어야겠다는 논의가 있었다"며 "그래서 장소를 물색하다가 잠원동을 선택했고 '학교용지로 두면서 체육시설을 유치하는 것은 환영한다'는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테니스장을 지었다"고 설명했다.
'이해찬 골프파문과 비교하는 건 불쾌'
이 시장은 이번 테니스 논란을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골프 파문과 비교하는 것에 대해서도 불쾌감을 표출했다. 그는 "그 문제와 비교해서 이야기하고 싶진 않다"며 "이 문제는 이 문제고 그 문제는 그 문제다. 정치권이 이번 문제를 너무 과하게 대응하는 것 아닌가하는 그런 점은 느끼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총리 문제와) 전혀 비교하고 싶지도 않고 굳이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며 이 전 총리 골프사건과 비교되는 것을 불쾌해 했다.
이 시장은 이어 미국 방문 중 논란을 일으킨 일부 발언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그는 '돈 없는 사람은 정치 못한다'는 발언에 대해 "돈이 있든 없든 부정한 돈을 갖고 정치하던 시대는 지났고 앞으로도 어떤 비리로 돈을 만들어 정치를 하는 시대는 지났다는 말이 와전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돈없는 사람은 정치를 할 수 없다는 것은 매우 상식을 벗어난 생각이다. 어느 누구도 할 수 없는 생각"이라며 "비리를 통해 돈을 만들어 정치하는 시대는 지났다는 것을 말한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결과적으로 이번 문제를 시장이 몰랐든 알았든 간에 보도로 나온 데 대해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자 한다"며 "공직자에게는 보다 엄격한 기준이 적용돼야 하기 때문에 소홀한 부분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이번 일을 가볍게 생각했다는 것 자체가 공직자로서 대단히 소홀한 점이었다 "고 자책한 뒤 "시민 여러분께 깊은 사과를 드린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