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16일자에 실린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한총련과 통일연대가 오는 22~23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북한 인권 국제대회를 규탄하기 위해 시위 원정대를 파견한다. 90명으로 조직될 원정대는 대회기간 중 브뤼셀 시내 곳곳에서 시가행진, 촛불집회, 사진전을 열 계획이며 1인당 참가비는 130만원이다. 원정대 홈페이지에는 ‘유럽인들을 직접 만나 우리 민족의 한반도 평화 의지를 전달하고, 미국식 패권정책을 규탄하기 위해 원정대를 파견한다’는 글이 올랐다.

    미국이 패권 추구를 위해 북한 인권문제를 이용하는 것인데, 유럽 사람들이 이런 속사정을 모르고 있으니 깨우쳐 주기 위해 원정을 떠나겠다는 얘기다. 그러나 그런 자신들이야말로 국제사회 돌아가는 사정을 몰라도 너무나 모르는 것이다. 작년 12월 최초로 유엔 총회가 의결한 북한 인권 결의안은 유럽연합(EU)이 발의한 것이다. 독일, 영국, 덴마크 등 유럽 7개국은 1990년대 후반부터 탈북자 280명을 난민자격을 인정해 받아들였다. 그리고 미국을 향해 “북한 인권문제를 말로만 떠들지 말고 탈북자 수용을 실천에 옮기라”고 압박을 가하고 있다.

    북한 인권을 거론하면 한반도 평화가 위협받는다는 주장도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 북한 핵문제 때는 “북한이 무슨 힘이 있어서 전쟁을 한다는 거냐”고 하더니 북한 인권문제가 나오니까 “북한 정권을 자극해서 전쟁하겠다는 거냐”고 한다. 이 사람들 머릿속에선 북한의 전쟁 수행능력이 그때그때 달라지는 모양이다. 우리나라 사람끼리 우리 말로 해도 뜻이 통하지 않는 희한한 논리를 유럽 사람들이 알아들을 리가 없다.

    이렇게 아무 소득도 기대할 수 없는 일을 위해 외화를 낭비하겠다는 것도 답답하려니와 1인당 130만원씩 한다는 참가비가 각자 호주머니에서 나올 것인지도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