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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이해찬 국무총리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는 한나라당이 여기자 성추행 사건을 일으킨 최연희 의원 문제에 대해서는 미온적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행동하고 있는 모습이다.
14일로 최 의원의 잠적은 벌써 16일째. 그러나 최 의원은 어떤 입장표명도 하지 않고 있다. '의원직 사퇴 후 무소속 출마' '의원직 유지' 등 측근들을 통한 소문만 무성할 뿐 최 의원이 어떤 선택을 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최 의원의 잠적기간이 길어질수록 한나라당의 부담도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만일 노무현 대통령이 이 총리의 사의표명을 받아들일 경우 최 의원 문제에 대한 여당 뿐 아니라 타 야당의 공세는 불보듯 뻔한 상황.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의 경우 이 총리 사의 표명을 주장하면서도 잊지 않고 최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다. 때문에 이 총리 거취문제가 정리될 경우 한나라당으로선 타 정당의 파상공세 뿐 아니라 여론의 곱지 않은 시선을 떠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한나라당을 탈당한 상황에서 최 의원의 거취문제는 본인이 결정할 문제다. 하지만 탈당 직전 사무총장과 중앙당 공천심사위원장이라는 고위당직을 맡고 있었던 만큼 최 의원의 탈당만으로 한나라당이 이번 사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은 최 의원 문제에 대해 너무 안이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박근혜 대표는 최 의원 거취문제와 관련 지난 11일 "이 문제와 관련해서 내가 국민에게 사과드렸고, 당이 할 수 있는 여러 조치들을 취했다. 본인이 판단해서 결정할 일"이라고 했다. 박 대표 자신이 최 의원을 사무총장과 공천심사위원장으로 임명했고 국민의 80%가량이 최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박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비판받을 소지가 충분하다.
박 대표가 방일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후 주재한 13일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최 의원 문제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이계진 대변인은 전했다. 14일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도 최 의원에 대한 참석한 당직자들은 이 총리 사퇴주장만을 펼쳤을 뿐 최 의원에 대한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다. 결국 회의 말미에 한 기자가 '최 의원 문제는 어떻게 되는 것이냐'고 묻자 곤혹스러운 듯 마지못해 입장을 내놓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재오 원내대표는 "그 문제는 사무총장 담당이니까 그동안 경과를 얘기하라"며 허태열 사무총장에게 떠넘기는 모습을 연출했고 허 총장은 "한나라당이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지는 명확히 알 것"이라고 해명한 뒤 "여러 경로를 통해 의사소통을 진행 중이지만 반대서명운동이 일어나는 등 사퇴를 만류하는 분위기에 휩싸여 (최 의원이)결단을 늦추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이 순간까지 구체적인 의사가 전달되지 않았다. 본인이 거부하고 있어 직접 연락은 안되고 있다"고 밝혔다.이계진 대변인은 14일 브리핑을 통해 "침묵하고 계신 심정을 잘 헤아리고 있다. 다만 지속적 사죄 말씀을 드리는 한나라당으로서는 언론이나 국민에게 드릴 말씀이 모자란다"며 "최연희 의원님, 어떤 말씀이든 간에 한 말씀만 하소서"라고 말했다.
이런 한나라당의 모습에 네티즌들은 "이 총리는 반성이라도 했지만 최 의원은 말장난만 하고 이리저리 피해갈 길만 찾고, 정말 우리사회에서 쫓아내야 할 부류의 인간" "집안 단속도 못하며 똥묻은 개가 겨묻은 개 나무란다"등의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