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력 대권주자 가운데 한명인 고건 전 국무총리와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의 회동이 이루어졌다. 

    고 전 총리와 정 의장은 12일 서울 광화문 파이낸셜빌딩 모 식당에서 열린 오찬회동을 통해 정국현안에 대한 짧은 공개 대담을 가진 뒤, 비공개로 의견을 교환했다. 이날 회동은 고 전 총리가 대화의 주도권을 쥐고 자신의 정견을 설파하면서 정치권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가했으며, 정 의장은 고 전 총리의 협력을 거듭 구하는 모양새로 진행됐다. 

    정 의장의 '끈질긴' 러브콜이 있었지만, 고 전 총리는 '지방선거 연대는 내 생각과 거리가 있다'는 말로 거부의 뜻을 전했다.

    먼저 고 전 총리는 이해찬 국무총리의 '3.1절 골프질' 등으로 어지러운 정국에 대한 우려와 함께 '뼈있는' 충고를 던졌다. 고 전 총리는 "요즘 서민들은 하루하루 살기가 고달픈데 정치권은 골프다, 성추행이다 해서 옥신각신하며 당리당략적 차원에서 정치권이 검증한다는 것이 국민들을 더욱 화나게 하고 있어 전직 총리로서 민망하다"며 포문을 열었다.

    이에 정 의장이 "예전과는 달리 도덕적 잣대가 엄정해져 언제 어떻게 비판받을지 모른다"고 맞받자, 고 전 총리는 "지금은 정치가 국민을 걱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국민이 정치를 걱정해야하는 그런 부끄러운 지경이 되어버렸다"고 응수했다.

    고 전 총리는 이어 "과연 우리에게 밝은 미래가 있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라며 "정 의장은 정쟁보다는 민생을 먼저 보살피고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정치를 펼쳐 주기 바란다"고 충고했다.

    고 전 총리는 '비빔밥'을 예로 들며 "분열의 정치, 편가르기 정치가 아니라 화이부동, 통합의 정치를 만들어내기 위해 실용주의 창조적 리더십을 주제로 대학에서 강연하고 있다"며 자신의 정치철학을 강조했다. 그는 "특정 정당차원이 아닌 여러 정당 정파를 초월해서 국가적 차원에서 창조적 실용주의 가치의 생각과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폭넓게 협조를 해야 한다"며 "이는 선거와는 관계없다"고 '여당과의 연대'를 염두에 둔 확대해석을 사전 차단했다.

    정 의장은 고 전 총리의 말을 받아 "여러 강연에서 중도개혁 실용주의를 연설하더라"며 "수구 3각이 강고해지는 데 맞서 미래세력 평화세력 개혁세력 연대, 미래 3각편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러브콜'을 날렸다. 그는 또 "노무현 정부 앞에 거친 파도가 있는데 초대 총리를 지낸 고 전 총리가 같은 배를 타고 있다고 본다"며 "앞으로 정치를 하게 되면 배를 함께 탈 수 있다고 본다"고 공감대 형성에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고 전 총리는 "중도실용주의세력의 연대를 얘기해왔는데, 선거전략 차원이 아니고 국가적 차원에서 국정아젠다인 민생경제 회복과 미래에 대한 발전전략을 함께 모색하기 위해 제 정당 정파를 초월해서 협력하자는 것"이라며 "이번 지방선거 전략 차원에서 연대하는 것은 지금까지 내가 얘기해왔던 것과 거리가 있다"고 말해 사실상 정 의장의 제안을 거절했다.

    고 전 총리는 또 "노 정부가 국민들로부터 옳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현 정부가 실패한 정부가 된다면 국민은 실패한 국민이 될 것이며, 그 기간동안 우리나라는 실패한 국가가 된다"며 노 정부의 책임을 추궁했다. 그는 이어 5월 지방선거를 두고 정 의장이 내세우고 있는 '지방권력 심판론'을 의식한 듯  "지방자치에 중앙정치가 너무 깊게 관여하는 것을 좋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지방자치가 중앙정치의 격돌장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말을 통해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번 회동은 열린당 전당대회 직후인 지난달 19일 정 의장이 전화를 통해 제안했고 고 전 총리가 이를 수락함으로써 이루어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