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일보 2일자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그제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은 “선거관리를 총괄하는 총리와 법무부 장관이 모두 열린우리당 당원이다. 선거가 공정하게 진행될 수 있겠느냐”고 이해찬 국무총리에게 물었다. 그러자 이 총리는 “나와 천정배 장관은 선거법을 위반하지 않고 선거를 치른 사람이다. 홍 의원은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박탈당한 적이 있는 걸로 아는데”라고 되받았다.

    이 총리 자신은 과거에 선거법 위반으로 적발된 적이 없다고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현직 장관들의 사전 선거운동을 방조하고 있지 않은가. 이 총리는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경고나 주의를 받은 장관들에게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이는 이 총리가 열린당 소속의 현직 국회의원 신분이라는 점과 완전히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다. 설혹 그런 문제점이 없더라도 정부에 대한 국회 측의 질문에 ‘논지를 이탈하지 않고’ 성실하게 대답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총리다운 태도다.

    홍 의원이 구속된 브로커 윤상림 씨와의 관계를 추궁한 데 대해 이 총리가 ‘감정적인 반격’을 한 것으로 보이지만, ‘정치 공세’를 탓하기에 앞서 브로커와 어울린 것 자체를 반성하고 사과하는 것이 순서였다고 우리는 본다. 그런데도 이 총리는 국정을 토론하는 국회에서 야당 의원의 약점을 들먹이며 자신의 문제를 호도하려 했다. 설령 그의 주장대로 ‘법적으로 문제없고 후원금은 상규에 어긋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전후 사정을 설명하고 국민의 양해를 구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 한나라의 총리라면 그 정도 품격은 갖춰야 한다.

    야당과 비판적 언론에 대해 원색적인 독설 퍼붓기를 그치지 않는 총리, 국회 현장상황을 담는 카메라 앞에서 독한 표정을 짓는 총리, 그는 자신을 지켜보는 국민의 기분을 알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