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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찬 흥남부두’와 서강학파

입력 2006-02-25 10:52 | 수정 2006-02-25 11:18
조선일보 25일자에 실린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1950년 12월 12일 시작된 흥남 철수는 중공군에 밀린 유엔군 10만5000명과 피란민 10만 명을 구출한 대대적 후퇴 작전이었다. 북한 지역을 탈출하기 위해 흥남부두에 몰려든 인파는 유엔군이 자유를 지키기 위한 전쟁을 치르고 있음을 세계에 확인시켜 주었다.

흥남부두에서 피란민 1만4000명을 화물선에 태워 거제도로 대피시킨 ‘기적의 배’ 선원 로버트 러니(79) 씨가 그제 우리 재향군인회로부터 대휘장을 받았다. 그는 “한국의 젊은 세대는 전쟁의 참화를 딛고 경제 기적을 이룬 부모 세대의 희생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러니 씨는 경제가 눈부시게 발전한 한국에 올 때마다 가슴이 뿌듯하다고 했다.

그런데 노무현 정권은 집권 3년 동안 경제 성장이 둔화된 데 대해 반성하기는커녕 과거 정권 탓을 하기에 바쁘다. 청와대는 지난날의 경제 성장을 ‘차별정책에 따른 불균형 성장’이라고, 고도 성장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한 ‘서강학파’에 대해서는 ‘양극화를 심화시킨 불균형 전략의 학자들’이라고 깎아내리고 있다.

휴전 이듬해인 1954년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70달러였고 1962년까지 100달러를 넘지 못했다. 미국의 원조 없이는 견디기 어려운 절대빈곤 상태였다.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은 전쟁 직후의 236배인 1만6500달러다.

흥남 철수 직후에 가수 현인이 부른 ‘굳세어라 금순아’는 부산에 정착한 피란민이 ‘눈보라가 휘날리는 바람 찬 흥남부두’에서 헤어져 북녘 땅에 남은 금순이를 그리워하는 노래다. 목숨을 건 탈출은 현명한 선택이었다. 금순이가 사는 북한은 주민의 기초 의식주(衣食住)도 해결하지 못하는 거지나라에, 인권을 유린하는 ‘수용소 왕국’이 돼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은 지금도 900달러 안팎이다.

흥남부두에서 화물선을 타고 내려왔던 피란민 세대, 배를 곯으며 보릿고개를 넘기던 부모 세대는 전쟁의 폐허 위에서 짧은 기간에 대한민국을 이만큼 변모시켰다. 청와대가 앞장서서 폄훼할 과거가 아니다. 그런다고 현 정권의 무능이 덮어지는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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