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최근 하나의 경제적 현상을 분석했다. 나는 이 현상을 세계 경제학계에 보고할까 고민중이다. 이 현상의 이름은 '정동영 패러독스'.

    정동영 패러독스란 정동영 의장이나 열린우리당 측 인사들이 아무리 양극화해소를 외쳐도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게 호전되기는커녕 오히려 더 악화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낳게 하는 현상을 말한다.

    정동영 의장의 수락연설 내용을 생각해보자

    내가 굳이 이런 부정적인 현상에 ‘정동영 패러독스’란 이름을 붙인 이유는 최근 정동영 의장(이하 정씨)의 의장직 수락 연설에서도 정씨가 양극화 해소를 언급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정씨의 의장직 수락연설 내용을 한번 보자.

    정동영 신임의장의 수락연설문 전문.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열린우리당 당원동지 여러분, 감사하다.

    부족한 저 정동영을 2년 만에 다시 집권여당의 당의장으로 선택해 주신 여러분께 머리 숙여 깊이 감사드린다. 제 양 어깨위에는 바윗돌 같은 짐이 저를 짓누르고 있다.

    그러나 오늘 이 순간까지 함께 아름답게 경쟁하고 협력해왔던 7분의 훌륭한 지도자와 50만당원과 143명 의원이 함께 뭉쳐 여당다운 여당으로 만들어 굳게 닫힌 민심을 얻어 우리에게 다시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동안 사심 없이 당을 살리려 노력한 40대 지도자 임종석, 김부겸, 이종걸, 김영춘 네 분께, 한국정치의 희망 4분께 큰 박수 부탁드린다. 저와 함께 우리당 운명을 공동으로 책임질 김근태, 김두관, 김혁규, 조배숙 네 분께도 아낌없는 뜨거운 격려 부탁드린다.

    이번 선거는 우리당이 집권당으로 국민에 부응하지 못한 것 반성, 사죄하는 기간이었다. 우리당 다시 세워가려면 축대 세우고 5대 양극화를 이겨야 한다고 역설했다.

    소득, 일자리, 기업, 교육의 양극화, 이를 싸고 있는 한반도의 양극화를 이겨야 우리 아들, 딸들에게 희망이 보이고 보다 나은, 사람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대한민국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한나라당이 5대양극화를 건널 수 없다. 서민을 위한 당은 한나라당이 죽었다 깨어나도 못한다. 오직 우리당만이 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저는 청와대, 정부와 협력해서 올해를 5대 양극화 해소의 원년으로 선포하고 당내에 특별본부를 설치하겠다.

    후보들과 함께 원주를 방문했다. 그곳에서 희망을 봤다. 원주 허허벌판에 첨단 의료기기 산업이 들어오고 있었다. 연대 캠퍼스에 중소기업이 공동으로 일하고 있었다.

    기술 개발비를 정부가 지원했다. 엑스레이, 수술장비를 만들어 세계 최대의 의료기기 단지를 산학연 공동으로 전국 400개 대학과 수십만개 중소기업을 연결하는 일을 열린우리당이 하겠다. 우리 아들 딸이 중소기업 취업할 때 대기업처럼 월급 많고 복지받는 중산층을 만들어야 한다. 당원, 의원과 함께 현장으로 들어가 일자리 90%를 제공하는 중소기업을 혁신하고 경쟁력 있게 만드는데 모든 힘을 다할 것이다.

    한나라당은 양극화의 책임이 참여정부에 있다고 일관하고 있고 성장제일주의 하자고 한다.그러나 선성장 후복지 시대는 끝났다. 지난 40년 이 사회를 지배해온 선성장 후복지는 결코 선진국으로 갈 수 없다는 것이 우리당 철학이고 노선이다.

    이제 대한민국은 성장과 복지의 두 날개로 날아야 한다. 자전거 두 바퀴처럼 돌려서 함께 돌아갈 때 5대 양극화를 극복하고 선진국의 길로 갈 것이라고 확신한다.

    시장이 신자유주의와 전통적 복지국가를 넘어서 사회통합과 복지를 하는 한국적 사회복지 모델이 우리 정책비전이며 우리가 오늘 채택한 신강령의 정신이다.

    이 일을 해내기 위해서 저는 선언한다. 정쟁을 중지하고 정책중심으로 갈 것을 선언한다. 책임 전가, 흑색선전, 장외투쟁하는 낡은 정치로는 미래로 갈 수 없다. 한나라당과 박대표는 2년 전 상생 타협정치 하자고 했던 5.3 새 정치 협약에 즉각 복귀할 것을 촉구한다. 저와 우리당은 앞으로 5대양극화 해소를 위해서,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를 위해서 한나라당과 경쟁할 것이다. 이것이 국민이 원하는 민생정치다.

    청와대, 정부, 당 다 깨끗해졌다. 이제 문제는 지방정부다. 지방은 인사비리, 개발비리, 토착비리로 썩고 병들었다. 썩은 지방자치단체를 깨끗이 만드는 것이 우리의 임무다. 국회는 즉각 국정조사를 해서 혈세낭비를 하고 썩은 비리가 속속 드러나는 지방자치단체를 조사하라.

    살림살이가 어렵다고 한다. 우리에게는 희망이 있다. 우리의 자동차, 반도체, 조선, 철강이 희망이다. 아이티, 이티가 희망이다. 한류가 희망이다. 백남준 선생은 대한민국의 메시지가 세계적 메시지 될 수 있음을 보여줬고 월드컵 대표팀도 희망이다. 우리당은 낡은 정치를 청산하고 새로운 정치를 하기 위해 태어났다. 이제 남은 것은 서민, 중산층의 희망을 되살리고, 고용, 노후, 불안에서 안심시켜드리는 안심정치의 시대를 펼쳐 나가겠다.

    우리당이 앞장서겠다. 열린우리당에 다시 한 번 기회를 달라.

    한나라당은 서민을 위한 당이 죽어도 될 수 없다?

    이제부터 정씨의 연설 내용을 조목조목 분석해보자. 정씨는 양극화를 극복해야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는 머리를 잘 썼음이 드러난다. 그렇다. 지금 가장 중요한 과제는 양극화 극복이다. 그런데 정씨는 ‘한나라당은 양극화를 극복할 수 없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어 한나라당은 ‘서민을 위한 당은 죽어도 못한다’라고 단언한다.

    이 말은 곧 뒤집어 말하면 한나라당은 서민당이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즉, 한나라당은 부자당이란 것인데 이는 열린우리당 지지자들이 앵무새처럼 외워대는 논리다. 그런데 정씨는 재미있는 주장을 연설 끝부분에 한다. 아래는 정씨의 연설 내용 가운데 일부다.

    이 일을 해내기 위해서 저는 선언한다. 정쟁을 중지하고 정책중심으로 갈 것을 선언한다. 책임 전가, 흑색선전, 장외투쟁하는 낡은 정치로는 미래로 갈 수 없다. 한나라당과 박대표는 2년 전 상생 타협정치 하자고 했던 5.3 새 정치 협약에 즉각 복귀할 것을 촉구한다.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정씨는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2년 전 상생타협정치를 하기로 했다고 말한다. 그런데 상식적으로 이상하지 않은가. 한나라당이 엄청난 숫자의 서민을 위한 당이 아니고 가진 자들의 이권만을 위한 당이라면 그런 당과는 당연히 맞서 싸워야 할 일이다. 그런데 상생협약을 맺은 것은 대체 무엇인가? 정씨와 열린우리당이 평화를 사랑해서?

    정씨와 참모들의 의욕이 과하니 이런 식으로 논리에 구멍이 생긴다. 정씨와 참모들 입장에서는 한나라당이 ‘서민당’이면 안된다.

    왜냐?

    서민당은 자신들이기 때문이다. 전체 국민 가운데 서민이 차지하는 숫자가 워낙 많으니 그렇다. 그렇다면 이제는 정씨에게 한번 물어보자. 정씨는 한나라당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아마 수구정당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한나라당이 상생 정치협약으로 복귀한다고 하면 한나라당을 뭐라고 부를까? 보수정당이라고 말을 바꿀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정씨가 자기 이해관계에 따라 그 정체성을 바꿔 버리는 한나라당에 무려 1000만 지지자가 있다는 것이다. 그 1000만명 가운데는 서민이 적어도 수백만은 될 것이다. 이런 이유는 한나라당이 선명한 자본주의 정당이기 때문에 경제수준에 관계없이 자본주의 이념에 공감하는 이들이 모여 있기 때문이다.

    정씨와 열린우리당의 희한한 각 세우기

    정씨의 앞뒤 안 맞는 주장은 또 있다. ‘정쟁을 중지하고 정책 중심’으로 갈 것은 선언한다고 한다. 이미 그런 주장은 과거에도 계속 이어졌던 이야기였다. 그런데 정쟁은 왜 생기나. 주로 정책과 노선이 다르니까 생기는 것이다.

    정책과 노선이 다르니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대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씨는 한나라당을 가리켜 서민당이 아니라 한다. ‘서민을 위한 정치는 죽어도 못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제까지 한나라당이 써 온 정책들은 서민을 위한 정책이 아니었다는 이야기인가?

    정씨가 정책중심론을 주장하는 이유는 우리 정당들이 지역주의나 인물 중심의 정당 체계에서 벗어나 정책을 갖고 경쟁하는, 그러니까 이념의 차이에 따라 경쟁하는 구도를 만들자는데 의의가 있을 것이다. 그것이 선진 정치문화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은 정씨가 이야기하지 않아도 그렇게 되어가고 있다. 한나라당은 선명한 자본주의 정책을 펴고 열린우리당은 상대적으로 중도적인 정책을 펴고 민주노동당은 진보정책을 펴고 있다.

    정책 중심으로 가자고 했으면 한나라당의 ‘정책’을 인정해야 한다. 그런데 ‘한나라당은 서민을 위한 정치는 죽어도 못한다’고 공격을 해댄다면 한나라당의 정책 자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정씨의 주장의 논리가 앞뒤가 안 맞는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구체적으로 증명해 보겠다.

    ① 한나라당은 서민을 위한 정치는 죽어도 못한다

    ② 그런데 한나라당은 선명한 자본주의 정당이다

    ③ 자본주의는 서민을 위한 이념이 아니고 부자만을 위한 이념이다?

    더 쉽게 증명하면 다음과 같다.

    ① 정씨는 죽었다 깨어나도 컨텐트 보강이 안된다

    ② 그런데 정씨는 서울대 출신이다

    ③ 서울대 출신은 원래 나이 들면 컨텐트 보강이 안되는 집단이다?

    이런 식으로 전혀 말도 안되는 논리가 나오는 것이다. 한마디로 한나라당을 부자당으로 만들고 그 뒤에는 정책 중심으로 가자는 선진 정치구호를 끌어다 붙이려니 이런 웃기는 논증이 나오는 것이다. 서울대 출신인 것과 컨텐트 보강이 아무런 연관이 없듯 한나라당이 자본주의 정책 정당인 것과 부자들만의 이해관계를 비호한다는 것은 앞뒤 안 맞는 논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