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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것'은 '틀린'게 아니라는 생각이 양극화해소 출발점

입력 2006-02-24 09:20 | 수정 2006-02-24 09:20
중앙일보 24일자 오피니언면 '중앙시평'란에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가 쓴 '양극화의 심리'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흑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를 둔 혼혈인 하인스 워드가 2006년 수퍼보울 최우수선수가 되었다. 이로 인해 혼혈인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차별적인 대우를 받아온 혼혈인의 고통에 이제 사회가 눈을 돌리고 있다. 혼혈인이 한국 사회에서 이렇게 이슈화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근 반만년 동안 단일민족이었고 숱한 외부 침입에도 민족의 단일성을 유지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분단국가로서 남북의 대립이 동과 서의 대립까지 양상시킨 것일까? 호남과 영남, 진보와 보수, 여당과 야당, 젊은 층과 고령층, 부자와 가난한 자, 사용자와 근로자 등 우리 사회의 양극화는 그 어느 때보다 극심해지고 있다.

왜 이렇게 우리 사회는 '우리 편' 아니면 '너희 편' '우리 편은 착한 편, 너희 편은 나쁜 편'이라는 식으로 양극으로 나뉘어 대립하고 갈등하고 있는 것일까?

인간은 작은 차이만으로도 '우리 편'과 '너희 편'으로 구분 짓고, 두 집단에 대해 다르게 대우하는 심리가 있다. 한 심리학 실험에서, 그림 두 개를 보여주고 어느 것이 더 마음에 드는지를 고르게 한 뒤, 자신과 같은 그림을 선택한 사람과 다른 그림을 선택한 사람들의 이름만을 알려주었다. 한 번도 만나 보지 못한 사이였지만, 같은 그림을 선택한 사람들을 더 옳은 사람, 더 좋은 사람으로 구분하고 선호하는 행동을 보였다. 이렇게 작은 차이만으로도 인간은 자기 집단에 대한 편애와 상대 집단에 대한 차별적 행동을 한다. 그런데 이런 작은 차이가 극단적인 집단 간 갈등과 대립에까지 이르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모든 집단에는 저절로 그 구성원들이 따르는 규범이 만들어진다. 집단 규범이 사회적 가치에 위배되더라도 구성원들은 자신이 속한 집단 규범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 이렇듯 집단 내 구성원에게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집단 규범은 그 집단의 전형성을 위해 그 집단 내에서의 차이를 극소화하고, 상대 집단과의 차이를 극대화하는 지점에서 생성된다. 따라서 집단의 평균적 지점이 아니라 더 극단적 지점에서 규범이 생성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생성된 극단적 집단 규범은 구성원들로 하여금 상대 집단과의 의견 차이를 더 크게 만들고, 갈등과 대립을 심화시키는 작용을 한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이와 같은 극단적 규범을 맹목적으로 따르면서 대립을 심화시키는 사람들이 그 집단의 핵심적 인물이 아니라, 주변적 구성원들이라는 점이다. 주변적 구성원들은 자신들의 존재감을 고양하고자 하는 욕구, 그 집단의 주요 인물이고 싶다는 욕구의 표현으로 상대 집단에 더 편파적이고 더 차별적인 극단적 행동을 하게 된다. 미국의 인종차별 정도를 알아본 연구에서도,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이 더 심한 계층은 백인 사회의 핵심적 구성원이 아니라 주변적 구성원으로, 빈민가 흑인 계층과 비슷한 사회.경제적 지위를 가진 백인들이었다.

그동안 우리가 불필요한 '편 가르기'와 '양극화'를 조장해 왔던 것은 아닌가 스스로 생각해 보자. 내가 우리 사회의 진정한 핵심이라면, 아니 진정한 핵심이 되고 싶다면 과감하게 이런 행동을 떨쳐 버리자.

먼저 '혼혈인' '영남사람' '가진 자' 등의 집단 개념을 해체시켜 개인을 독립된 존재로 생각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이러한 습관은 '우리 편' '너희 편'이라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다양성에 대한 개방된 태도로 이끌어 줄 것이다.

나와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다는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른 것이 결코 틀린 것이 아님"을 인식하자. 우리 모두는 각기 다른 판단의 잣대를 가지고 있다. 내 잣대 눈금의 크기가 상대방과 다르다고 상대를 무조건 나쁜 편으로 생각하는 미성숙에서 탈피하자. 서로 다른 것이 틀린 것이 아니라는 생각은 우리 사회의 대립과 갈등을 완화하고, 나아가 기대 이상의 더 큰 개혁과 발전을 가져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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