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나 잘못했으면'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3년 동안 가장 잘한 분야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27.6%가 보기 항목에도 제시되지 않은 ‘잘한 것이 없다’는 주관적인 대답을 내놓은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끌고 있다. 피조사자가 설문에 응하면서 자신이 생각한 대답의 보기 항목이 없는 경우 대부분 ‘모름·무응답’을 선택하는 게 일반적인 점에 비춰볼때 이번 여론조사결과는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런 결과는 한국사회여론연구소(www.ksoi.org/한사연)가 지난 21일 전국 성인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노 대통령 취임 3주년에 대한 평가 등을 묻는 여론조사에서 나타났다.(23일 발표된 이번 조사는 여론전문조사기관인 TNS에 의뢰했으며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는 ±3.7%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선 ‘노 대통령이 지난 3년 동안 가장 잘한 분야가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27.6%가 ‘잘한 것이 없다’고 대답했다. 당초 설문 항목에는 ‘잘한 것이 없다’는 보기는 제시되지 않았다. 특히 ‘잘한 것이 없다’는 대답은 50대(32.6%)와 30대(30.2%) 연령층에서 주로 높게 나타났으며 40대 연령층(28.8%)에서도 평균치보다 높은 비율을 보였다. 지역별로는 대전·충청(38.9%) 서울(29.8%) 인천·경기(29.0%) 순으로 집계됐다.

    반면 노 대통령이 잘한 분야로는 ‘부정부패 척결’(16.9%) ‘부동산 안정화’(14.1%) ‘북핵 문제 해결 및 남북관계’(10.6%) ‘정치개혁’(9.5%) ‘복지 확충’(6.7%) ‘경제회복’(3.8%) ‘사회갈등 해소’(3.3%) 순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노 대통령의 가장 큰 문제점을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43.2%가 ‘정책수행 능력’을 꼽았으며 다음으로는 ‘언행 문제’(33.7%) ‘이념적 성향’(13.7%) 순으로 대답했다. 40대 이하 층에서는 노 대통령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정책수행 능력’을 꼽은 반면, 50대 이상의 장년층에서는 ‘언행 문제’가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이에 대해 한사연은 “노 대통령 취임 1주년 시점에서는 ‘언행 문제’가 가장 큰 문제점이라는 여론이 높았던 것과는 달라진 결과”라면서 “이는 참여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이 누적되면서 언행 문제와 같은 비본질적인 문제 보다는 정책수행 능력 등 본질적 측면이 더 큰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정당지지도에서는 한나라당(37.4%) 열린우리당(18.4%) 민주노동당(8.9%) 민주당(4.1%) 국민중심당(0.7%) 순으로 나타났으며 지난 7일 조사와 비교해서는 열린당은 20.3%에서 18.4%로 1.9%P하락한 반면, 한나라당은 34.7%에서 37.4%로 2.7%P 상승했다. 격차는 무려 19.0%로 더 벌어졌다. 특히 대전·충청 지역의 정당지지도만을 놓고 볼 때에는 열린당은 지난 7일 조사와 비교해 22.5%에서 16.3%로 급락한 반면, 한나라당은 25.6%에서 42.7%로 급상승했다. 국민중심당은 충청권에서 1.4%의 지지율을 얻는데 그쳤다.

    이와 함께 노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도는 22.9%(‘잘못하고 있다’는 63.6%)로 작년 10월 이후의 완만한 회복세가 꺾이면서 다시 20%대 초반으로 하락했다. 이는 올해 들어 가장 큰 하락폭이며 특히 충청권(22.4%)과 수도권(19.2%)에서 크게 하락했다. 한사연은 “충청지역을 기반으로 한 자민련이 한나라당에 합당되면서 충청권에서 정부 여당의 지지도가 동반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작년 대연정 이후 핵심 지지층마저 이탈하는 등 여론동력이 현저히 약화된 상황이 지속되면서 약세 국면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한편, 여권 내 유력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정동영·김근태 후보의 당의장 출마로 흥행 기대감이 높았던 전당대회 이후 열린당 지지도는 오히려 소폭 하락, 전대효과가 거의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