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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건은 좌인지 우인지 먼저 대답하라'

입력 2006-02-22 15:15 | 수정 2006-02-22 16:30
문화일보 22일자 오피니언면에 이 신문 윤창중 논설위원이 쓴 시론 <'고건 정치'에 대한 재인식>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고건 전 총리에게 던지고 싶은 질문은 ‘왜 대통령이 되려 하는가’이다. 대권 야심가 중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1위로 계속 나오고 있기 때문에? 이젠 대통령외엔 더 이상 할 만한 감투가 없기 때문에? 그도 아니면 행정의 달인으로서 그가 말하는 국가에 봉사하기 위해서?

고건 인기의 본질은 반듯한 대통령을 갈망하는 반노(反盧)감정과 그의 출신 지역에서 권력 재창출의 가능성을 발견하려는 호남인들의 몰표 잠재의식에 있다. 반사이익이며 ‘습관적 몰표’를 꿈꾸는 지역감정의 수혜자이다. 고건은 ‘반노+지역적 지원’, 여기에 행정의 달인이라는 중립적 가치로 충청을 비롯한 비호남 지역에서 이삭을 주우면 대통령 당선이 무난하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그래서 그는 정치판에 가급적 발을 늦게 담가야 진흙탕에 섞이지 않는 청결의 ‘유사(類似) 정치인’ 이미지에 대한 국민의 ‘환상 프리미엄’을 지속할 수 있다. 반사이익 세례에 지역적 판만 잘 짜면 대권은 절로 굴러 들어오기 때문에 급할 이유가 없다. 이것이 고건의 ‘전략적 모호성’ 전술이 갖고 있는 실체다.

따라서 그가 한나라당을 선택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그의 영입을 시도한 한나라당의 정치적 상상력은 로또 복권을 사는 심리와 같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을 기반으로 삼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린우리당이나 민주당에 입당할 가능성도 없다. 그는 혁명가가 아니라 관료 출신이다. 지방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이 대패하고, 그것도 정동영의 출신 지역인 전북에서 참패해 열린우리당이 붕괴의 길을 걸으며 그를 대안으로 찾을 때까지 그는 기다릴 것이다. 그는 마침내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합당 속에서 ‘국민 후보’의 모양새를 갖추면 대권 게임은 끝이 난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결과적으로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계승자가 된다. 그러나 이를 대놓고 말할 수 없는 것은 반사이익 표에 포함되어 있는 반DJ·반노 표가 떨어져 나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신비주의 속에 숨고 있는 것이다. 신비주의가 고건 대권정치의 본질이다. 그의 미니홈페이지엔 “모두가 하나되는 희망의 다리가 되겠습니다”라고 씌어 있다. “덧셈정치, 통합의 리더십, 국민소득 3만5000달러 달성을 위한 창조적 실용주의로 함께 갑시다”라고 적혀 있다. 대권 후보의 미래 청사진이 단 두 줄이다. 왜 그럴까. 비전을 내놓는 순간 그는 검증의 도마 위에 오르기 때문이다. 그가 정치판에 뛰어들어 당당히 검증을 받지 않으려 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그의 과거에 결격사유가 숨어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는 노무현 정권이 국가를 위기의 소용돌이에 몰아넣고 있는 기간이 무려 3년이나 되는데도 침묵해 왔다.

검증받지 않은 인물이 대통령이 될 수 있는가. 그리고 국민은 대한민국을 어디로 끌고 갈 것인지도 모르는 유력후보에 대해 어떻게 투표를 해야 하는가. 고건의 대권 정치는 2007년 12월 대선을 앞두고 검증 과정을 생략하거나 단축한 후보의 대통령 당선 가능성을 과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지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점을 던져주고 있다. 고건이 정치판 참여를 늦추게 되면 당연히 정치적 라이벌과 국민에 의한 피튀기는 검증 과정을 면제받거나 기간과 절차가 단축될 수 있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정권을 관통하는 그 긴 40여년의 한국 현대사에서 전남 도지사, 세번의 장관, 두번의 서울시장에다 두번의 총리, 대학총장에 국회의원까지 지낸 그의 관록과 생명력이 이를 비켜갈 리가 없다.

과연 그는 좌파 세력을 기반으로 집권할 것인지, 우파 세력으로 집권할 것인지부터 우선 답해야 한다. 그도저도 아닌 외모관리로 좌우합작의 ‘무지개 세력‘을 모아 집권한다는 것인가. 고건 정치에 대한 ‘재인식’ 절차는 한국의 민주주의와 국가 장래를 위해 절대 필요조건이다. 고건은 당당한 정당정치를 통해 자신과 자신의 국가 운영 좌표를 담은 청사진을 검증의 도마 위에 올려 심판받아야 한다. 대권을 원한다면 당당한 정치를 펼쳐야 한다. 그럴 용기가 없으면 은둔이 책임있는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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