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이재오 원내대표의 이른바 '대(大) 한·민·국' 연합 제안으로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이 원내대표의 주장대로 연합전선이 이뤄지고 탄력을 받는다면, 영·호남에다 중부권까지 아우르는 파괴력을 가져 열린우리당을 고립시키는 효과는 물론,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유리한 정치지형을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 한·민·국' 연합은 열린당 정동영 의장이 주장해온 '반(反)한나라 세력 통합'에 맞서 한나라당, 민주당, 국민중심당이 정책공조를 넘어 오는 지방선거에서 연합공천 등 선거연합을 이루자는 것.

    하지만 이 원내대표의 이같은 제안에 민주당은 일단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민주당 한화갑 대표는 22일 CBS 뉴스레이다에 출연, 이 원내대표의 주장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협의하지도 않았고,또 공개리에 선거공조를 제안하지도 않았다"며 "지금 상황에서 한나라당과의 연합공천 등 선거공조는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한나라당과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지방선거와 관련해 여러가지 가정을 놓고 이렇게 됐으면 좋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해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이낙연 원내대표 역시 이날 국회 정당대표연설에 앞서 "그분(한나라당 이 원내대표)의 희망인지는 모르지만, 나로서는 금시초문이며 생각해본 일도 없다"며 "연설문에 '원칙있는 협력과 연대'를 언급했지만, 그 대상으로서 한나라당을 염두에 두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낙연 원내대표는 정당대표연설문에서 "민주당은 창조와 통합의 리더십, 중도실용 개혁주의 정책노선을 추구한다"고 전제한 뒤 "원칙있는 협력과 연대에 인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민주당의 정신을 구현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민주당은 5  31 지방선거 이전부터라도 협력과 연대에 인색하지 않을 것"이라며 "지방선거 이후에 전개될 역동적 정치 변화에 민주당은 주도적 능동적으로 임하겠다"고 밝혀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한편 국민중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22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당장 타당으로부터 구체적인 협력이나 연대에 대한 제안을 받은 것은 없다"며 "충청권을 전략지역으로 반드시 석권하겠다는 목표를 향해 당은 독자노선을 갈 것이며 또 승리할 자신이 있다"고 밝혀 '연대'보다는 '독자노선'에 무게를 두었다. 그는 이어 "목전에 다가온 선거에서 전쟁을 치뤄야하는 마당에 굳이 선거연대라는 방식을 통한 연대는 고려치않고 있다"며 "국가를 위한 여러 정치연대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며 항상 기회는 열려있다"고 밝혔다.

    앞선 21일 한나라당 이재오 원내대표는 "한나라당과 민주당 국민중심당이 선거연합을 하겠다는 데 합의만 한다면 연합공천의 교통정리는 쉽게 진행될 수 있다"며 연합공천의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실현된 것은 없지만 얘기가 될 만한 사람들끼리 여러 통로를 통해 서로 견해를 모으고 있는 중"이라며 "내가 구상하는 (정치지형의 변화는) 선거를 앞두고 일상적으로 그리는 그림과는 다르다"고 밝혀 이같은 구상이 단순한 선거연합이 아닌 정계개편의 신호탄이 될 것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재오 원내대표의 주장대로 선거연합이 이뤄질지는 아직 불투명한 상태다.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도 실현 가능성에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는 데다 민주당, 국민중심당에서도 즉각 반발에 나서는 등 당장은 실현이 어려운 무리한 제안이 아니겠느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또 공천문제 등 각당의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점도 난관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예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