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린우리당 창당 공신 김부겸 김영춘 안영근 의원 등 이른바 한나라당 탈당파 ‘독수리 5형제’가 정치적 ‘시련기’(?)를 맞고 있다. 이들은 지난 2003년 이부영 전 의원과 함께 한나라당을 탈당한 뒤 열린당 창당 대열에 합류, 그간 주류적 입지를 다져왔지만 최근에는 유야무야 제 갈 길로 나선 모양새다.

    우선 김부겸 김영춘 의원은 지난 18일 당의장 선거에 출마해 지도부 입성을 노렸지만 고배를 마셨다. 당의장 선거가 당내 최대 양 계파를 중심으로 한 조직·세 대결의 측면이 컸음을 인정하더라도 이들의 '졸전'은 결국 ‘당심’의 표출이란 점에서 부정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탈당파 소위 ‘독수리 5형제’라는 원초적 한계를 끄집어 내지 않더라도 이들이 당원들의 믿음을 채워주기에는 2% 부족한 일정한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는 설명이다. 

    특히 김부겸 의원은 지난해 사립학교법 국회 처리 당시 원내수석부대표로 일역을 담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선거에서 두각을 내지 못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는 주위의 평이다. 김부겸 의원은 낙선사례를 통해 “반성하겠다”고 했으며 김영춘 의원은 “평당원으로 다시 시작하겠다”고 했다. 24일 단행된 당직 인선에서도 이들 의원 중 유일하게 김부겸 의원만이 '탕평 차원'을 감안한 당 홍보기획위원장에 임명됐을 뿐이다.  

    아울러 ‘독수리 5형제'의 또 다른 한명인 안영근 의원은 잇단 튀는 발언으로 당내에서는 이미 혀를 내두르고 있는 상황이다. 정조위원장직까지 맡으며 당내 입지를 다져온 그이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연정론’에 이어 10·26 재선거 참패에 따른 책임으로 노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면서 당내 ‘왕따’로 전락했다. 당내 강경·개혁세력으로부터는 출당 압력까지 받아왔다. 최근 당 안팎에서는 고건 전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정치지형의 변화가 오면 제일 먼저 당을 떠날 사람으로 안 의원을 꼽을 정도다. 안 의원은 그간 고 전 총리의 영입을 거론해 왔었다.

    ‘독수리 5형제’의 맏형인 이부영 전 의원은 열린당 창당에 합류해 신기남 전 의장의 사퇴로 의장직까지 승계하기도 했으나 원외라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중도 하차했다.

    반면 또 다른 당 일각에서는 이들에 대해 다른 시각도 내비치고 있다. 김부겸 의원의 경우에는 이번 전당대회에서 예상 득표로 차기 지도자로서의 당내 입지를 일정 부분 유지했다는 평이다. 경북고를 졸업한 TK 출신인 데다가, 노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영남 맹주’인 이강철 전 수석의 지지를 받은 만큼 향후 당내 입지 확보에 어느 정도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평가다. 신기남 전 의장의 비서실장을 역임했으며 작년 사학법 처리 과정에서 그가 보여준 모습은 그의 정치적 가능성을 진행형으로 만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영춘 의원도 비록 꼴찌로 지도부 입성에 실패했지만 창당 초기 정동영 의장 비서실장을 맡았던 등의 전력에 비춰볼 때 이번 선거는 그에게 향후 정치적 입지를 한단계 발돋움 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와 관련, 당 관계자는 “최근에 ‘독수리 5형제’중 제일 잘 나가는 사람은 이우재 전 의원 뿐 아니냐”며 “이 전 의원이 그 때 잘 선택했지…”라고 쓴 웃음을 지어 보였다. 이 전 의원도 ‘독수리 5형제’ 중 한 명으로, 17대 총선 직전 지역구 경선에서 패한 뒤 정치를 떠나 현재는 한국마사회장으로 있다. 그러나 이 전 의원도 최근에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승마 용 말 두 마리를 증정하겠다고 제의해 논란을 빚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