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린우리당 ‘정동영호’가 닻을 올리고 본격적인 항해를 시작하자 5·31지방선거에 대한 여야의 ‘싸움’도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모습이다. 열린당 정동영 신임 의장이 ‘지방권력 교체론’을 내세우자 한나라당은 ‘노무현 정권 실정 심판론’으로 맞서며 날카로운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한나라당은 20일 정 의장이 대구를 방문해 ‘인혁당 사건’을 거론하며 박근혜 대표를 비난한 것과 관련, 박 대표의 상대는 정 의장이 아닌 노무현 대통령임을 분명히 하며 애써 무시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불쾌한 기색은 역력했다.

    한나라당은 특히 정 의장이 첫 공식일정 장소로 자신들의 안방인 대구를 선택했다는 점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집권여당 의장이면 정쟁할 생각하지 말고 민생경제부터 챙겨라”고 일갈했다. 

    박근혜 "상생정치 약속 어겼다? 장관직 수행하느라 국회 사정 잘 모르나보다"

    박 대표는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 의장에게 축하인사를 건넨 뒤 “이제 정치는 과거와 같지 않다”며 “국민 앞에 약속한 것은 꼭 지켜야 하고 남을 비난함으로 해서 목적을 달성하고 잘 되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일갈했다. 그는 이어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야 말로 상생정치의 기본이고 시작이며 진정한 개혁”이라고 충고했다.

    박 대표는 “정 의장과 나는 2004년 총선이 끝난 후 만나 상생정치를 약속했었다. 정 의장을 그것을 두고 그 때 약속을 하고서 장외로 나가 상생정치 약속을 어겼다고 비난하고 있다”며 “상생정치에는 분명히 날치기 하지 않는 것도 포함돼 있다. (사립학교법 개정안) 날치기를 하고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발언이다”고 비판했다. 그는 “그동안 장관직을 수행하느라 국회 사정을 잘 몰라서 그런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지만 날치기도 분명 상생협약·정신을 어긴 것”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그는 또 “지방선거를 코앞에 두고 정부는 갑자기 지자체를 감사하겠다고 나왔다. 여당은 국정조사까지 하겠다고 한다”며 “지자제에 대한 감사는 평소에 원칙에 따라 정부가 해야 될 의무인데 선거를 코앞에 두고 갑가지 대대적으로 하겠다, 국조를 하겠다하는 것은 감사가 목적이 아닌 지방선거 전략”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지자제 감사는) 권력을 악용하는 것이고 정치공세로 밖에 볼 수 없다”며 “정부가 크게 잘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이재오 "싸움 걸지 말고 자신들 허물 먼저 챙겨라"

    이재오 원내대표는 “정 의장의 대구 발언에 대해 기본적으로 우리가 일일이 대꾸할 가치가 없어 대꾸하지 않겠지만 말이 나왔으니 몇 가지만 정리하겠다”고 운을 뗀 뒤 “집권여당 당의장은 대통령과 함께 국정을 총괄하고 책임지는 자리다”며 집권여당 의장으로서 가져야할 자세에 대해 일장 훈계에 들어갔다.

    이 원내대표는 “집권여당 의장이 되면 먼저 국민들이 열린당과 정부를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먼저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며 “자신들의 허물 먼저 챙길 줄 알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무엇이 부족해 지지율이 떨어졌는가를 먼저 생각해야 하는데 싸움부터 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가려면 국립묘지나 4·19묘지를 먼저 갔어야 했다”고 충고했다.

    그는 또 “이 정권 들어서 늘어난 빈곤층 현장을 가보기 위해 재래시장과 문 닫은 중소기업 공장을 가보든지 하는 것이 집권여당 의장다운 태도”라며 “민심부터 제대로 파악하고 국민들의 소리를 제대로 듣는 의장이 돼야지 당선 되자마자 야당에 시비 걸면 국민들이 불안해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정 의장의 ‘지방권력 교체론’에 대해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의원이 한나라당 소속이 더 많다는 것을 이제 알았다면 집권여당 의장 할 자격이 없다”며 “이미 다 아는 사실로 한나라당에 공연히 시비 거는 것”이라고 폄훼했다. 그는 “지방권력 교체를 이야기하는데 지방에 권력이 있느냐”며 “자기 지역에 대한 예산을 얻으려 군수가 중앙정부의 과장과 계장을 찾아가 허리를 90도로 굽히고 있다. 모든 예산과 권력이 중앙에 집중돼 있는데 무슨 지방권력이 있느냐”고 반격했다.

    그는 그러면서 “국민들은 노무현 정권이 지방에 대해 가지고 있는 권력의 교체를 원하지 이처럼 시비 거는 식의 지방권력 교체는 원하지 않는다”며 “앞으로는 공식대응하지 않겠다”고 일축했다. 

    이규택 "상생정치는 커녕 '살생정치'하고 있다"

    이규택 최고위원은 “정 의장이 당선되자마자 또 혼란과 분열, 갈등의 골로 파고들고 있다”며 “마치 대통령 후보나 된 듯 대구에 내리자마자 대구시민들에게 대구는 어두운 과거를 청산해야 한다면서 대구를 갈등과 분열의 장으로 만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정 의장이 한나라당이 장악한 지방자치단체가 혈세낭비의 주범이라며 썩은 지방권력 교체를 주장했는데 어불성설이고 자기들 실정을 호도하기 위한 술책”이라며 “총선 끝나자마자 야당 대표와 만나 상생정치를 이야기했던 기억이 생생한데 상생정치는 커녕 야당을 죽이는 ‘살생정치’를 시작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그는 “대선은 아직도 2년이나 남았다. 벌써부터 대선후보 된 듯한 인상의 표현은 삼가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방호 정책위의장도 “정 의장이 당선되고 나서 처음으로 해야 할 일은 파탄에 빠진 민생경제 현실을 인정하고 재래시장 등 민생현장을 찾아가 국민들이 경제에 대해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정 의장이 특정 지역에서 특정 사건을 언급하며 정쟁으로 시작해 유감”이라고 비난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노무현 정부 3년 국정파탄 국민 대보고회’를 개최하고 이번 5·31지방선거가 노무현 정권의 실정을 심판하는 선거라는 점을 확실히 부각시킨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