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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모습과는 달리 지난 인사청문회 때부터 연일 '저자세'를 보이고 있는 유시민 신임 보건복지부 장관이 16일 신임인사차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를 예방했다.
TV 토론과 각종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박 대표를 원색적으로 비판해왔던 유 장관은 이날 박 대표와 대화 내내 자세를 낮추고 예의를 갖추려는 모습을 나타냈다. 특히 유 장관은 첫 마디부터 "감사합니다. 이렇게 따뜻하게 맞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며 거듭 고마움을 표시하는 등 박 대표를 비난하던 예전과는 상반된 모습을 연출했다.
유시민 "박 대표님은 제가 만나뵙기 힘든 분"
유 장관은 박 대표에게 3년 넘게 표류하고 있는 국민연금제 도입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박 대표의 도움을 구했다. 유 장관은 "박 대표님은 제가 만나뵙기가 힘든 분이라 몇 가지 부탁드릴 것을 적어왔다"며 수첩을 꺼낸 뒤 "박 대표님은 늘 그늘지고 어려운 분들을 돌보는 데 많은 관심을 갖고 계시고 사실상 퍼스트레이디로 활동하시며 어려운 사람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고 아직도 국민들은 그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제가 하는 일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고 극찬했다.
유 장관은 "국민연금제도엔 굉장히 큰 사각지대가 있다"며 "법안처리를 너무 늦추게 되면 우리 후손인 아들 딸들에게 너무 큰짐을 줄 수 있다. 박 대표도 모든 것을 자기생각대로 할 수 없으니 지도자로서 큰 결단을 내려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이어 "모든 제도는 다 약점이 있다"며 "논란이 있는 부분에 대해 상의하면서 국민연금제도의 취지를 살리고 현행제도의 장점도 살려 최선이 안된다면 차선이라도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한 뒤 "대표님만 도와주시면 가능하다"고 거듭 도움을 청했다.
박근혜 "오늘 말이 고와야 가는 말도 곱다"
이에 박 대표는 한나라당이 마련한 기초연금제의 도입을 주장하며 유 장관을 압박했다. 박 대표는 "좋은 정책이라면 얼마든지 돕겠다"며 "정부안으로는 연금이 고갈되는 시점을 조금 늦출 뿐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나라당의 기초연금제를 받아들이면 되지 않겠느냐"며 "기초연금제를 도입한다고 해서 정부의 재원조달에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정부가 씀씀이를 줄이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우리는 제대로 된 제도를 바란다. 지금 방법으로는 국민연금의 사각지대를 막을 수 없다"고 거듭 주장한 뒤 "지금까지 여야가 잘해보자고 하면서 평생선만 그어왔다. 이 문제는 이제 시한폭탄이 됐다. 한나라당의 안을 검토해달라"고 요구했다.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의 박재완 의원도 박 대표의 발언을 거들었다. 박 의원은 "유 장관은 정치인으로 있을 때 소수의견과 특정집단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세웠고 행동과 말도 그렇게 해왔는데 보건복지는 많은 이해관계가 있는 곳"이라고 지적한 뒤 "이젠 파열음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유 장관은 "제일 나쁜 방법을 버리고 안전운행을 하라는 뜻으로 알겠다"고 답하자 박 대표는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도 곱다"며 그 동안의 유 장관 언행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