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노심초사(勞心焦思)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모습이다.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초단체장 및 기초·광역 의원의 공천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과 영남 지역의 기초단체장 출마희망자들 사이에 한나라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된다는 분위기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며 일부 출마희망자들이 공천을 받기 위해 금품과 향응을 제공하고 있다는 공천비리 의혹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는 상황.

    영남 지역 한 초선 의원은 자신의 친동생에게 기초단체장과 기초·광역 의원 출마자들을 예비 면접하도록 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논란을 일으킨 바 있고 자신의 홈페이지에 출마 준비자 신상을 공개했다가 중앙당의 지적을 받고 중단한 의원도 있는 등 한나라당은 연일 공천잡음에 시달리고 있다.

    박 대표는 지난달 23일 비공개로 진행된 최고위원회를 통해 "중차대한 행위가 있을 경우 일벌백계(一罰百戒)하겠다"고 밝힌 이후 연일 공천 잡음에 대한 강한 경고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지난 9일 의원총회에서 박 대표는 많은 시간동안 마이크를 잡고 공천잡음에 대한 경고를 보냈다. 박 대표는 "그동안 한나라당은 부정부패, 윤리적으로 잘못된 이미지로부터 탈피하기 위해 몸부림쳐 왔다. 천안연수원까지 국가에 헌납하면서 노력해 쌓은 공든탑이 공천심사 과정에서 비리, 부정부패 등 해당행위 적발로 인해 다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또 "중앙당에 많은 심사위원회가 있는데 일부에서 비리 부패 금전 관계 등 잘못된 관행에 대한 얘기들이 나오고 있어 걱정과 우려를 하고 있다. 이번 공천 작업을 깨끗하게 치르기 위해서는 금품수수 등의 이야기가 들리지 않게 해야 한다. 16개 시·도당 공천심사위원회가 막중한 권한을 갖고 있는 만큼 그에 따른 책임도 분명히 묻겠다"고도 했다.

    한나라당은 공천잡음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방안으로 '클린공천 상황실'을 운영하기로 했고 이와 별도로 중앙당에 공천잡음 관련 신고센터를 운영중이며 16개 시·도당에도 신고센터를 운영하는 등 공천잡음 차단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이처럼 박 대표가 강력히 대응하는 이유는 공천잡음 문제로 인해 자칫 자신이 이제껏 쌓아온 깨끗한 정당의 이미지가 다시 '부패정당' '차떼기 정당'으로 퇴색될 수 있고 이럴 경우 대권행보에도 큰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일 지적되고 있는 공천잡음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혁신안 통과로 공천방식이 바뀌었기 때문이란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광역단체장을 제외한 기초단체장과 지방의원 공천을 중앙당이 아닌 각 시·도 지부 공천심사위에 넘겼다. 이는 당 대표의 공천개입을 차단하고 당 운영을 민주화하자는 것과 지역일꾼은 각 지역에서 선택하자는 지방자치의 뜻을 따르겠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나 공천작업을 16개 시·도가 나눠서 하는 만큼 각 시·도 마다 공천기준이 다를 수 있고 오히려 공천과정에 비리가 개입될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는 것.

    한 고위당직자는 "각 지역마다 공천기준이 다를 수 있고 그에 대해 반발이 따를 것은 뻔하다. 결국 책임은 중앙당에 돌아올텐데 왜 이런 안을 통과시켰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당직자는 "어디서든 공천문제는 터질 것이다. 결국 책임은 박 대표에게 가지 않겠느냐"고 했다. 다른 당직자 역시 "혁신안에 문제가 많았다. 소장파가 주장해서 바꾼 것인데 문제가 생긴 지금 아무도 이에 대해 말을 하지않고 있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또 친박(親朴) 그룹측에선 "혁신안은 반박(反朴) 세력이 공천권을 각 시·도지부에 넘겨 자기 사람을 심어놓기위해 만들어놓은 것"이란 불만도 터뜨리고 있다. 중앙당에서 공천권을 행사할 경우 박 대표의 의중이 반영될 수 있기 때문에 반박(反朴)그룹이 이를 견제하기 위해 공천과정을 바꿨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혁신안을 만든 박형준 의원은 "이제 심사도 시작하지 않았는데 그런 문제가 나타나는 것은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라며 "시·도당 공천이 아니라 중앙당에서 공천을 하면 그런 일이 없겠느냐"고 반박했다. 박 의원은 '반박 그룹이 박 대표를 견제하기 위해서 공천과정을 바꿨다'는 일부 비판에 대해서도 "그건 말도 안되는 소리다. 그게 논리적으로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느냐. 16개 시·도당에 전부 반박 세력만 있느냐"며 "그런 주장이 당 분열의 표본"이라고 비판했다.

    박재완 의원도 "시·도당 공천에서 문제가 생긴다면 중앙당이 공천을 해도 똑같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당내 공천잡음에 대한 우려가 나타나는 것은 선거법이 바뀌면서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 공천제도가 생기고 기초단체장이 유급제로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