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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천억 눈먼돈 입맛대로 쓴다면

입력 2006-02-14 09:38 수정 2006-02-14 09:59

안재욱 경희대 경제통상학부 교수가 13일 자유기업원 홈페이지에 올린 글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삼성그룹이 이건희 회장 일가의 8,000억 원을 사회에 헌납하기로 했다. 반가운 일이다. 특히 기업의 돈이 아닌 사재를 출연키로 하여 더 높이 평가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사회사업을 기업의 돈으로 하는 경향이 많았다. 사실 그것은 기업에게는 모두 비용이 되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기업의 이미지를 개선하여 결국 기업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는 판단 하에 이루어진 기업 스스로의 결정이었다면 문제될게 없다. 그러나 그 동안 대부분이 외부의 청원이나 압력에 의해 행해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한 점에서 이번 이건희 회장 일가의 사재 헌납은 매우 의미 있고, 이것을 계기로 우리나라 자산가들의 기부문화가 확산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나 이번 사재 출연과 관련하여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첫째, 사회기금의 운영을 ‘조건 없이’ 정부와 시민단체에 맡긴 점이다. 무슨 돈이든 뜻이 분명한 사람이 관리해야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된다. 특히 사회기금이 더욱 그러하다. 앞으로 어떻게 쓰여 질지 모르지만 일부시민단체와 정부의 입맛대로 쓰여 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또한 기금을 사용하는 문제로 국민들 간의 마찰과 도덕적 해이가 불거지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둘째, 구조본부를 축소하여 구조조정 하겠다는 점이다. 기업의 조직이란 필요하기 때문에 존재한다. 또한 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기업의 조직은 시장의 변화에 따라 언제든지 변화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결정이 경쟁적 시장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함이었다면 의미가 있지만, 시장 외적인 힘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이라면 위험하다. “시민단체와 국민의 뜻을 받들었다”고 말한 대목에서 시장 외적인 힘에 의해서 기업의 조직이 개편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셋째, 금산법 개정 등 대기업에 대한 규제를 일부 받아들이고 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공정거래법 일부조항에 대해 제기했던 헌법소원을 취하한다고 한 점이다. 규제완화와 재산권 보호는 시장경제의 활성화를 위해 필수적이다. 지금 선진국을 비롯한 우리의 경쟁국들은 경제발전과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규제를 완화하고 재산권을 보호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이와는 정반대의 길로 가고 있어 기업의 장래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의 미래가 우려된다. 더욱이 이와 같은 삼성의 결정으로 정부와 정치세력이 압력을 가하면 기업은 고개 숙일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만연할까봐 걱정스럽다.

그러나 여하튼 삼성은 결정하였다. 그것이 삼성의 생존에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기업의 생존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기업이 국가 경제의 버팀목이기 때문이다. 삼성의 결정이 시장의 힘이 아닌 시장 외적인 힘과 정부의 압력에 의해 이루어 진 것 같아 씁쓸하기는 하지만, 이제 그 결정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시장 외적인 힘에 의하여 기업이 변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인식하고 이제 더 이상 잘하는 기업을 규제와 비판으로 발목 잡는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

일부에서는 지배구조 개선 방안이 미진하다는 점을 들어 계속 그것을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적어도 소유지배구조에는 정답이 없다는 것이 이론적, 실증적 진실이다. 실체도 불분명한 지배구조 논쟁 등으로 더 이상 아까운 시간과 정력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

그 동안 삼성은 치열한 국제경쟁 속에서 국민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삼성전자가 포츈지 선정 글로벌 500대 기업 중 1998년 142위에서 2005년 39위로 뛰어 올랐고, 2005년 비즈니스위크지 조사에서 브랜드 가치 전자업계 1위를 차지하였다. 이런 삼성의 외형적 성장은 내수시장의 협소함과 자원부족의 핸디캡을 극복하고, 거대 선진기업들과의 글로벌 경쟁에서 승리한 결과다.

지금 일본의 5개 전자업체가 공동으로 차세대 반도체 개발을 추진하고, 업계 1위인 인텔은 낸드(NAND)플래시메모리 시장 진출을 선언 하는 등 삼성을 경계하는 경쟁업체들의 견제가 본격화되고 있다. 심지어 삼성의 글로벌 경쟁력을 견제하기 위해 이들 정부들까지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때에 가장 잘하고 있는 기업인 삼성에 대한 소모적인 논쟁과 각종 규제는 삼성뿐만 아니라 국가경제에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이제 정부는 규제를 완화하여 글로벌 경쟁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기업과 기업인들이 효과적으로 경쟁할 수 있도록 하고, 국민들은 비생산적인 비판보다는 칭찬과 격려로 기업과 기업인들이 신명나게 활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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