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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따라붙어나 봤으면 좋겠다”
9일 열린우리당 당권장악을 놓고 정동영 후보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김근태 후보 진영의 한 핵심 의원이 던진 말이다. 당권경쟁 초반, 표심 유발을 위한 ‘엄살’이 종반으로 치달을수록 예사롭지 않게 들리고 있다. 아직은 이르지만 김 후보의 약세가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는 당 안팎의 분위기다.
실제 일부 후보 진영이 대의원을 상대로 자체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에서도 정 후보가 김 후보와의 격차를 10% 이상으로 벌리면서 부동의 1위를 질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후보 진영이 지난 6일 대의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정 후보가 51.7%를 얻어 김 후보(38.0%)와의 13.7%의 표 차이를 보이면서 1위를 달리고 있는 것으로, 또 지난 4·5일 대의원 2000명을 상대로 한 또 다른 후보 진영의 조사에서도 정 후보가 44.3%로 김 후보(34.7%)에 앞서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일 예비선거 최다득표로 ‘대세몰이’에 나선 정 후보에 맞서 김 후보가 고건 전 국무총리와의 ‘범양심세력대연합’에 ‘올인’하고 나선 점도 이런 분위기를 방증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현재의 당권경쟁 구도 판세를 확 바꿀 수 있는 전환점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정 후보의 대세론에 밀릴 수 밖에 없다는 김 후보 진영의 계산이 ‘범양심세력대연합’ 기저를 이루고 있다는 당 안팎의 대체적 시각이다.8일 김 후보가 고 전 총리와의 만남 직후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첫 발을 내디뎠다”는 등의 의미를 부여하면서 지방선거 필승 구도로 ‘범양심세력대연합’을 등치시킨 점도, ‘전당대회 판’을 흔들어 보겠다는 것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김 후보의 ‘범양심세력대연합’올인 전략의 성공 여부에 대해 당 안팎의 대체적인 견해는 ‘반신반의’다. 지방선거 필승 구도를 이끌어 내기 위한 김 후보의 노력은 내심 이해하면서도 ‘범양심세력대연합’이 뭐냐는 반응이다. 그 내용이 명확하지 않은 데다가 그 가능성 측면을 볼 때 단순히 당권경쟁 선거전략으로 밖에 비쳐지지 않는다는 의견이다.
이와 관련, 여당 핵심 의원 측근은 “‘범양심세력대연합’의 구체적 내용이 없다. 단순한 전대 선거 전략으로 밖에 비쳐지지 않는다”면서 지방선거 필승 구도로 이끌어 내기 위한 구체화 작업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김 후보가 내건 ‘범양심세력대연합’이라는 이같은 한계 때문에 현재 여권 내부에서는 지방선거 이후 김 후보를 대신할 개혁적 성향의 ‘포스트 김근태’를 노리는 사람들의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당장 김 후보가 오는 18일 치러지는 전당대회에서 큰 표차이로 2위에 그친다거나 또는 3위로 밀린다면 자연스럽게 당내 개혁그룹 진영에서는 차기 대선 구도를 감안한 '제3후보론'을 제기할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여권 내 유력 차기 대권 주자 판도가 바뀔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 관계자는 또 “고 전 총리가 김 후보와의 만남 직후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면서도 김 후보와의 지방선거 연대 여부 등의 정치적 입장을 명확히 하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고 전 총리도 김 후보와의 만남 직후, “이번 지방선거에 참여할 것인지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정치적으로 결단하지 않았으므로 뭐라고 할 이야기가 없다. 현재로서는 누구와도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