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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재건을 위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는 한화갑 대표가 ‘2002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자금’에 발목이 잡혔다. 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에 대한 2심 재판에서 의원직 상실에 해당되는 집행유예 판정을 받아 정치생명 최대 위기를 맞은 것이다.
코너에 몰린 한 대표는 9일 “노무현 정권이 동교동계 종자까지 죽이려 하고 있다”고 맹성토하며 이번 재판을 현 정권의 '민주당 죽이기' 일환으로 규정, 참여정부와 확실한 각을 세웠다. 한 대표는 이번 재판 결과를 계기로 당내외에서 ‘반한화갑’ 움직임이 표출되는 등 ‘내우외환’에 휩싸이자 당내부의 잡음에 대해서는 단호한 입장을 드러내며 ‘민주당이 싸워야 할 상대는 노무현 정권임’을 분명히 했다.
"노 대통령이 동교동계 종자까지 죽이려 해"
한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신년기자회견을 갖고 “동교동 사람으로서 동교동계가 이 정권 들어선 후 얼마나 당하고 있느냐. 동교동의 동자도 없다”며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들어 놓았더니 철저히 동교동계 종자까지 죽이려고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번 재판 결과가 노무현 정권의 ‘동교동계 탄압’ 일환이라는 것이다.
한 대표는 “내 사건은 정치적 사건이고 불공정한 기소로 법집행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노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후 자기 입으로 실토한 경선 자금에 대해 수사하고 재판할 때까지 내 문제는 대법원에 그대로 놔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노 대통령도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자금 문제를 합법적으로 할 수 없었다고 고백했고 자료도 폐기했다고 했는데 조사도 하지 않았다”며 “2004년 4·15 총선 이후 민주당이 소수정당으로 몰락하자 정치적으로 나를 기소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상고할 뜻을 분명히 밝힌 한 대표는 “나는 돈(경선자금)을 누가 줬는지도 몰랐고 보고를 받아 본 적도 없다”며 “돈을 대준 사람과 당시 사무총장이었던 김원길이 돈을 쓰면서 나를 위해 썼다고 죄를 뒤집어 씌웠다. 누가 돈을 낸지도 모르는데 대명천지에 이럴 수 있느냐”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지난해 6월 정치자금법을 개정할 때 당내 경선자금에 대해 새로운 규정을 마련했다. 일반 정치자금법으로 당내 경선을 규제할 수 있다면 왜 신설했겠느냐”며 “당하는 내 입장에서는 불공정하다. 현행법에 의해 재판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볼멘소리를 했다. 그는 “행정수도와 관련해 헌법재판소에서 관습헌법을 주장했던 것처럼 대법원이 (개정된 정치자금법을 적용하는) 판례를 만들어야 한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정치적 목적으로 음해하려는 움직임은 당 위한 것이 아니라 개인 목적 때문"
한 대표는 당내외의 ‘반한화갑’ 움직임에 대해서도 "정치적 목적으로 나를 음해하려는 것"이라며 불쾌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한 대표의 정치자금법 위반 관련 2심 재판 결과가 나온 7일 민주당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는 한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항의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그는 “작년 2월 3일 대의원 1만명 이상이 모인 전당대회에서 83.1%의 지지를 받은 사람”이라며 “그때 당시도 내가 재판을 받고 있었던 것을 다 알고 있었지만 민주당을 살리는 적임자라고 판단해 임무를 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화갑을 놔두고는 민주당과 통합할 수 없다고 하는 판에 정치적인 목적으로 나를 음해하려는 행위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단일지도체제에서 대표 중심으로 뭉치는 것은 당연하다. 지난 총선에서도 이런 잡음으로 얼마나 손해를 봤느냐”고 비판했다. 그는 “외부에서는 민주당 의원 11명 중 한화갑 사람보다는 고건 사람이 더 많다고 한다”며 한 대표가 민주당을 ‘사당’처럼 운영한다는 지적을 반박했다.
그는 “당에서 결정된 사안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하는 것은 당을 위해서가 아니라 개인 목적 때문”이라고 일축한 뒤 “내일 지구에 종말이 와도 사과나무를 심는다는 심정으로 대의원에게 위임받은 직무를 충실히 수행해 나가겠다”며 대법원 최종 판결이 나와도 대표직을 사퇴할 의사는 없음을 분명히 했다.
한 대표는 민주당 재건에 대한 자신의 의지도 피력하며 향후 있을지도 모를 정개개편에서 민주당이 주도권을 잡기 위해 ‘몸값’을 올려야 할 때임을 강조했다. 그는 “지금 통합론에 말려들면 민주당의 발전을 위해 희생할 사람이 없다”며 “민주당이 독자적인 정체성을 가지고 있고 실체가 있어야 통합 파트너로 거론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창조적 공존’이라는 통합론을 제시한 한 대표는 “통합을 위해서라도 민주당의 존재 부각에 힘써야 한다”며 “민주당이 커져야 한다. 기업의 M&A(인수합병)가 정당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호남 민심이 한나라당과는 거리가 있지만 한나라당이 국가 이익을 위해 이야기 하자고 한다면 반대할 이유 없다”며 한나라당과의 연대 가능성도 열어뒀다.
이번 5·31지방선거에 민주당의 사활이 걸렸다고 강조한 한 대표는 “이번 지방선거에 임하는 민주당의 각오가 그 어느 때보다 비장하다”며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민주당과 뜻을 같이 하는 세력과의 연대를 적극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