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대중 전 대통령(DJ)이 곧 방북할 것 같다. 분단이후 첫 개통 열차를 타고 간다니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충분하다. 아마도 2000년 그가 성사시킨 6.15 정상회담 이후 최대의 정치적 이벤트가 될듯 싶다. DJ 방북이 남북관계 발전에 긍정적일것이라는 데는 이의를 달 사람이 없다. 하지만 이런 방북에 대해 대부분의 국민들이 그리 달가와 하지 않는 이유가 뭘까. 크게 두가지로 볼수 있다.

    첫째는 북한의 김정일이 한국 국민들에게 점점 비호감 인물로 각인돼 가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때 김정일은 DJ에게 서울 답방을 확실하게 약속했었고 그것은 공동선언으로 명문화 되어 남북 7000만 겨례에게 발표됐다. 김정일은 지금까지도 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그보다 국민들을 더 화나게 하는 것이 아마도 DJ의 행태가 아닐까 싶다.

    DJ는 김정일이 반드시 서울답방을 할것이라고 했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서울답방을 해야 한다고 말을 바꿨으며, 급기야는 다시 평양으로 김정일을 찾아가겠다고 나섰다. 이런 변화무쌍한 그의 모습에 박수를 보낼 우리국민들이 과연 몇명이나 되겠는가. 신뢰는 약속으로 시작되고 약속으로 끝난다. 하물며 공동성명으로 온겨례앞에 약속한것 조차 지키지 않는 평양의 당국자를 그가 제발로 다시 찾아가는 이유를 명쾌하게 설명했으면 한다. 그 설명에 반드시 남북화해를 위해서라는 구태의연한 주제는 빼기 바란다. 차라리 인생경험으로 보나 정치연륜으로 보나 김정일보다 대 선배격인 DJ가 서울에서 김정일과 재회했다면 우리국민들은 박수를 보냈을지도 모른다.

    두번째는 DJ의 평양방문 시기 문제다. 4월 중순부터 하순 사이로 날짜를 잡았다는데 이 시기는 남북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시기다. 북한으로 보면 4월15일은 김정일의 부친 김일성의 '탄생일'인 이른바 '태양절'이자, 북한 최대의 '민족적 명절'이다. 이때는 북한전역에서 체제선전과 김일성,김정일 찬양일색이다. 이런 때 남한의 DJ 방북은 김정일의 '위대성'과 북한체제 우월성 선전효과를 극대화 시킬수 있다. 쉽게 말해서 북한에 놀아나는 꼴이 되는것이다.

    국내에서도 4월 중,하순은 5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간의 힘겨루기가 최고조에 달할 시기다. 이런 민감한 시기에 DJ가 분단 반세기만에 첫 남북연결 개통 열차를 타고 평양을 방문한다면 누가봐도 지방선거를 겨냥한 명백한 정치 이벤트가 아닐수 없다.

    남북화해를 위해 전현직 정치인들이 평양을 방문하는것은 좋은 일이다. 문제는 그것이 상호교류가 아닌 서울에서 평양행이라는 일방통행이라는데 있다. 더욱 중요한 문제가 바로 오는 4월 DJ의 평양행과 같이 신뢰할수 없는 북한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니며 비위나 맞추는듯한 작태들이 점점 많아지고, 북한은 더욱 노골적으로 한국의 정치에 간섭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에 빠진 놈 건져주었더니 보따리 내놓으라' 는 속담 그대로인 것이다. 이런 북한의 비정상적 작태는 김정일 독재정권 자체의 태생적 한계일수도 있겠지만, 우리 정치인들도 원인제공의 한몫을 했다고 할수 있다.

    DJ의 평양방문이 순수한 목적의 남북화해를 위한 것이라면 국민을 납득시킬 결과를 이끌어내는것이 매우 중요하다. 북핵, 인권, 남북교류, 개혁개방 등 김정일과 할 얘기는 참으로 많다. 이중에서도 특히 북핵과 인권문제는 김정일의 확답을 얻어내야 할 중요한 문제다. 김정일이 말했던 북한의 "화창하고 따스한 봄날"은 5월이나 6월을 말한다. 그래서 편치않은 몸을 끌고 굳이 쌀쌀한 4월의 평양을 방문하는 이유가 더욱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