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 당했다"

    차기 서울시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한나라당 맹형규 의원이 지난달 31일 5·31 지방선거에 출마하려는 여야 의원 중 처음으로 의원직을 사퇴하자 당내 경쟁자들 입에서 나온 반응이다.

    그동안 한나라당의 차기 서울시장 예비후보들은 경선전 의원직 사퇴 여부를 놓고 상당한 고민을 해오던 터라 맹 의원의 '기습사퇴'는 더욱 충격이 크다. 무엇보다 설마했던 맹 의원이 가장 먼저 의원직을 던진 것을 두고 당내에서 조차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맹 의원의 의원직 사퇴가 큰 변동없이 진행되는 당내 경선구도에 얼마만큼의 영향을 미칠까. 또 맹 의원 본인에겐 얼마만큼의 플러스가 됐을까.

    의원직 사퇴 선언 이후 하룻밤을 보낸 맹 의원 측에선 당 안팎의 반응에 반색하는 분위기다. 측근들은 "일단 출발은 좋다"고 한다. 한 측근은 "비공식적으로 지지도가 2~3% 정도 올라갔다"고 말했다. 또 평소보다 당 안팎에서 격려전화도 많이 온다고 한다.

    무엇보다 맹 의원 측은 자신의 사퇴로 '서울시장 외부영입론'은 완전히 차단됐다고 자신하는 모습이다. 한 측근은 "맹 의원의 사퇴로 서울시장 외부영입론은 확실히 차단됐다"고 말했다. 당 관계자 역시 같은 주장을 내놓았다.

    이 밖에도 맹 의원 측은 '내부조직 결속력'을 의원직 사퇴로 얻은 가장 큰 수확 중 하나로 꼽았다. 의원회관과 국회 밖에 있는 선거캠프사무실로 나눠진 특보와 보좌진들이 이젠 전적으로 선거에만 몰두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느 후보보다 풍부하고 많은 인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이들이 하나의 프로젝트에 전념할 수 있고 그만큼 일의 효율성과 능률성 면에서 크게 향상될 것이란 기대를 하고 있는 것. 한 측근은 "조직이 좀더 원활하게 움직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맹 의원 측 반응과 달리 당내에선 의원직 사퇴로 얻은 맹 의원의 가장 큰 수확을 '홍보효과'로 꼽았다. 5·31 지방선거에 출마하려는 여야 의원을 통틀어 의원직 사퇴는 맹 의원이 처음인 만큼 각 방송사와 일간지, 인터넷 신문 등 전 언론사가 맹 의원의 동정을 비중있게 보도했기 때문.

    당 관계자는 "방송사와 일간지, 인터넷 신문까지 전 언론사가 모두 맹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보도하고 기사를 내보냈다. 이보다 더 좋은 홍보효과는 없다"고 말했다. 최근 당의 인재영입위원회가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 둘 중 한 곳은 외부인사를 영입하겠다"고 밝히면서 차기 서울시장 당내 경선이 언론과 여론의 '반짝' 관심을 받았을 뿐 그동안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했던 것도 사실. 이 때문에 예비후보자들의 홍보 고민도 매우 컸다는 후문이다.

    따라서 언론 홍보 때문에 하루하루를 고민으로 보내는 경쟁후보들에겐 맹 의원의 의원직 사퇴로 인한 홍보효과가 부러울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탓인지 경쟁자인 홍준표 의원은 1일 '30~40대 무주택 서민을 위한 아파트 반값 공급 정책'을 발표했고 박진 의원은 '도심교통체증 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박계동 의원도 뉴데일리가 네티즌을 상대로 조사한 '차기 서울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한나라당 후보 선호도' 결과를 핸드폰 문자메시지로 보내며 홍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당 관계자는 "맹 의원이 현역 의원이란 프리미엄을 과감히 버림으로 인해 얻은 가장 큰 수확은 국민들에게 '맹형규'라는 이름 석자를 확실히 각인시킨 것"이라며 "상대 후보들은 완전히 뒤통수를 맞은 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