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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경필 의원은 아직 어리다"
1일 한나라당 의원총회가 끝나고 난 뒤 고위 당직자가 던진 말이다. 남경필 의원은 1일 공개로 진행된 의원총회를 통해 왜 자신이 경기도지사를 포기했는지 소속 의원들과 취재진들에게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남 의원은 이 자리에서 "깊은 고민과 고뇌 끝에 내린 쉽지 않은 판단이었다"며 "이 시점에서 내게 주어진 시대적 사명은 경기지사 출마보다 당에 남아 당의 변화를 이끌고 한나라당의 집권을 위해 몸을 던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출마 준비과정에서 개인적으로 아직 역량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여기까지 남 의원 발언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소속 의원들도 남 의원의 결정에 공감하는 모습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러나 남 의원은 곧바로 당내 문제를 꺼냈다. 남 의원은 "경기도지사 출마 포기라는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린 가장 큰 이유는 '이대로 대선승리는 어렵지 않느냐'는 고민에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는 "동의하지 않는 의원도 있겠지만 내 판단으로는 한나라당이 50% 넘는 지지율을 받고, 많은 인재들이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구름처럼 모이고 있다. 이런 상태가 지방선거까지는 가능하겠지만 대선승리는 어렵지 않겠느냐"며 "우리끼리 똘똘 뭉쳐서 이길 수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그는 "지방선거 승리에 당의 모든 역량을 쏟아야 하지만 단순한 승리가 아닌 대선에 약이 되는 승리를 해야 한다"며 "2002년 지방선거에서 압승하고도 대선에서 패배한 교훈을 떠올려야 한다"고 말한 뒤 "기득권이나 욕심을 포기하고 당의 외연확대를 통해 외부세력과 함께 똘똘 뭉쳐야 승리가 가능하다"고 역설했다.
남 의원은 올 7월에 치러질 전당대회를 당이 변화할 가장 중요한 분수령으로 봤다. 그는 "전당대회는 분명히 중요하다. 우리가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나라당이 영남을 기반으로한 정당임은 분명 부인하지 못하지만 영남 중심 정당으로만 가면 대선에서 승리하지 못한다. 호남도 함께 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호남과 연대가 가능할 정도로 당이 바뀌어야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며 "기득권 보호 정당이 아니라 우리가 이미 천명한 공동체자유주의 정당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남 의원의 이 같은 발언에 의총장은 순간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영남출신 의원들은 "주제가 뭐냐. 왜 자꾸 그런 소리를 하느냐"며 남 의원에게 비난을 퍼부었다. '한나라당=영남당' '영남당으론 정권탈환 없다'는 당 안팎의 비난은 영남출신 의원들에겐 가장 듣기싫고 듣고싶지 않은 말이기 때문. 이미 지난해 12월 28일에 열린 의원총회에서 당내 소장파로 분류되는 김명주 의원이 "영남 지역에 폭설이 내렸다면 가만히 있었겠느냐"며 당의 호남폭설 대책 문제지적으로 영남 의원들의 감정은 상할대로 상한 상태였다. 따라서 당내 소장·개혁파의 리더격으로 불리는 남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은 아물지 않은 영남 의원들의 상처를 다시 건드린 격이었다.
남 의원의 비판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최근 감세논쟁도 당의 의견이 집결되는 과정을 통해 결론이 정해졌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이는 '감세정책'을 양극화 해소의 해법으로 제시한 박근혜 대표를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미 남 의원과 함께 당내 소장세력을 이끌고 있는 원희룡 최고의원이 박 대표의 '감세 해결책'을 비판한 바 있기 때문이다.그는 "이번 전당대회가 줄서기, 대세론에 따른 유력 대권주자들의 대리전이 돼서는 안된다"고 거듭 강조한 뒤 "당의 외연확대가 가능하도록, 또 개인 이익보다 당의 이익을 위해 헌신하는 자세를 보이겠다"고 말했다. 남 의원은 "당의 쓴소리가 필요할 때 정확하게 예의바르게 하겠다. 선배들께서 불편했다면 죄송하다. 열심히 하겠다"며 발언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영남출신 의원들을 비롯한 소속 의원들의 불편한 감정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은 모습이었다.
의원총회를 지켜본 한 고위 당직자는 "남 의원은 아직 어리다. 남 의원이 주장한 내용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며 "감세정책에 대해서도 비판을 하는데 남 의원이 언제 한번 대안을 제시해 본 적이 있느냐. 저런식으로 정치를 하면 안된다"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