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0년대 운동권 대학생들의 필독서였던 ‘해방전후사의 인식’(한길사, 이하 구 해전사)을 전면 비판하는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책세상, 이하 신 해전사)'이 2월 초 출간될 예정이다.

    구 해전사는 ‘진보·좌파의 역사 교과서’로 불리며 1980년대 대학생들의 진보·좌파적 역사관을 형성하는데 큰 영향을 미친 책이다. 정부와 여당이 과거사 규명에 의의를 두는 것도 구 해전사 내용에 기반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번에 나오는 신 해전사는 해방전후사를 보수우파·탈 민족주의적 성격으로 바라본 책이다. 

    신 해전사는 뉴라이트네트워크에서 활동하는 이영훈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김일영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박지향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 김철 연세대 국문과 교수 등 4명이 편집위원으로 참가했으며 이정식 미국 펜실베니아대 명예교수, 김남영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카터 에커트 미국 하버드대 교수 등이 필자로 나섰다. 신 해전사는 700쪽 분량의 책 2권으로 논문 28편이 실린다.

    신 해전사는 해방 전후 외세 의존이 불가피했던 현실을 인정하면서 이승만 정권의 합리성을 강조한다. 특히 북한의 단독정부 수립은 ‘소련의 사주’로 보고 비판하며 남한의 단독정부 수립의 불가피성을 인정하고 있다. 또 신 해전사는 우리의 광복 자체가 자력에 의한 것이 아니라 제국주의 질서 재편기에 외세의 영향 때문에 얻어진 것이라고 서술한다. 민족주의적 태도로 역사를 과장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친일파 문제에 대해서도 신구 해전사는 입장을 달리한다. 구 해전사가 친일파 문제를 독립운동가와 친일파로 나누어 선악으로 규정한 것에 반해 신 해전사는 독립운동가와 친일파 외에도 불가피하게 체제에 순응한 다양한 인물들의 삶이 있었음을 조명한다.

    당초 신 해전사는 2005년 8월경 한 출판사를 통해 출간될 예정이었으나 무산됐다. 편집위원들은 5군데의 출판사를 전전한 끝에 책을 출간할 수 있었다. 구 해전사의 역사인식을 반박하는 책을 내는 것에 대해 출판사들이 부담감을 느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