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린우리당 김한길 원내대표와 한나라당 이재오 원내대표 간에 사립학교법 재개정을 논의하고 국회를 정상화하기로 한 ‘산상회담’합의를 놓고 열린당 내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특히 이같은 반발은 정동영계로 분류되는 김 원내대표를 향해 당내 ‘강경파’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어 당권 경쟁과 맞물린 계파간 갈등까지 확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김근태계로 분류되는 재야파 소속의 정봉주 의원은 ‘산상회담’ 합의 직후인 30일 저녁 “사학법 재개정 논의 ‘합의’는 국민을 기만하는 것으로 동의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면서 발끈했다. 이번 '산상회담‘ 결과는 당초 “일점일획도 고칠 수 없다”는 당내 공감대를 무시하고 사실상 사학법 재개정을 수용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정 의원은 특히 “개정된 법안에 잉크도 채 마르기 전에 재개정을 논의하겠다고 합의한 것은 국회 스스로를 희화화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한 뒤 “(이번 합의는) 국회의 존립조차 부인하는 무책임한 합의 내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한나라당의 반칙과 어기지로 관철시킨 합의에 따른 ‘논의 약속’과 ‘재개정안 채택’은 절대로 수용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했다.

    유시민 의원 등 당내 구 개혁당 출신이 주축인 된 참여정치실천연대(참정련) 대표 이광철 의원도 즉각적으로 “무원칙한 타협은 절대로 안 된다”며 이번 합의 내용에 대한 명확성을 요구했다. 이 의원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자. ‘산상합의’는 분명, ‘사학법 재개정을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면서 “신임 원내대표가 이미 여러 차례 밝혔던 것처럼 ‘일점일획’도 고쳐줘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는 사학법 재개정 논의 합의를 둘러싼 한나라당의 아전인수식 해석을 차단하고 김 신임 원내대표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하고자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의원은 또 “이미 우리 당은 한나라당에 충분히 ‘성의표시’를 했다. 그 이상은 절대로 안 된다”면서 “국회정상화라는 명분에 발이 묶여서 또 다시 당의 대오를 흐트러뜨리고 개혁정체성의 회복을 열망하는 당원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김 신임 원내대표를 압박했다.

    이와 함께 당원들의 반발도 극으로 치닫고 있다. 한 당원은 열린당 당원게시판에 올린 글을 통해 “유재건이 (사학법 재개정에 대해) 흘리더니 김한길이 바통 터치했네”라면서 “말들은 청산유수인데 하는 짓은 개차반”이라면서 막말을 내뱉었다.

    또 다른 당원은 “여태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당을 욕하고 비판해도 언젠간 좋은 날이 올 거라고 믿으면서 조용히 응원해 왔는데 사학법 재개정 논의라니요?”라고 발끈하면서 “사학법 양보하면 안 본다”고 했다.  또 다른 당원 ‘팔유린’은 “소위 ‘산상합의’로 ‘사학법 재개정을 논의 할 수 있다’라고 합의한 것은 재개정에 합의한 것이라고 해도 다름이 없을 것”이라면서 “이제 더 이상 교언영색으로 국민을, 당원을 현혹시키고 현란한 수사로 소설 쓰듯이 재단할 수 있다고 교만에 빠지지 말 것을 엄중히 당부한다”고 경고했다.

    이와 함께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과 각을 세우며 치열한 당권경쟁을 벌이고 있는 김근태 의원은 이날 오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사학법 재개정에 반대한다”면서 “아직 시행해 보지 않았고, 시행한 다음에 문제를 제기해도 늦지 않다”며 사학법 재개정 논의를 언급한 이번 ‘산상회담’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