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린우리당 당권경쟁 양상이 정동영·김근태씨의 양강 구도로 고착될 조짐을 보이면서 당내 ‘친노 그룹’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게 전개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과 ‘거리두기’에 나서면서 독자적인 생존전략을 모색하고 있는 분위기다.

    현재 이들 사이에서는 연초 개각 파동과 이에 따른 노 대통령의 ‘탈당’ 언급 등으로 ‘노심(盧心)’이 당권경쟁 판세 변화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 하에서 여차하면 ‘제 갈 길을 가겠다’는 모습마저 관측되고 있는 상황이다. 당장 당 안팎에서는 당권경쟁 양상이 정·김 양강구도로 귀착되면서 이들 두 사람을 중심으로 한 ‘눈치보기’에 나설 수 밖에 없지 않느냐는 절박한 심정까지 포착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실제 당내 친노그룹의 하나인 의정연구센터(의정연)가 중도적 성향의 제3후보론을 내세운 김혁규 후보 지지에 나선 점이나, 문희상 유인태 의원 등 대표적인 친노직계 중진 의원들도 무계파 성향의 당내 ‘광장파’에 참여하고 있는 점 등이 이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정·김씨의 ‘줄세우기’ 의도에 한발 비켜서면서도 향후 당권경쟁에서 나올 ‘대세론’ 등 판세 변화에 따라 얼마든지 처지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계산이라는 설명이다.

    또 24일 치러진 원내대표 경선에서 당내 또다른 친노그룹인 참여정치실천연대 소속 의원 15명 가운데 상당수가 정동영계로 분류되는 김한길 의원을 지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점도 이같은 친노그룹의 변화 기류와도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다.

    이와 관련, 당 안팎에서는 ‘친노 그룹’의 최근 움직임을 유력한 대권주자인 정·김씨의 당권경쟁 판세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섣부른 행보를 경계하고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보고 있다. 당장은 중도·무계파를 자처하다가 향후 판세의 움직임에 따라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는 것이다. 물론 정·김씨의 ‘줄세우기’ 움직임에서도 한발 비켜서서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이런 움직임과 맞물려 당내 친노그룹의 ‘국민참여1219’의 좌장격 의원이자, 대표적인 ‘노빠(노무현 대통령 지지자)’인 정청래 의원은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지지를 선언하며 타 ‘친노 그룹’의 의원들보다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 의원이 다음 대권후보 중 한명에 대해 발빠르게 확실하고도 열정적인 지지표명을 하고 나선 만큼 나머지 친노 그룹 의원들의 행보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된다.

    정 의원은 24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정동영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라는 글을 통해 “반토막난 지지율을 1위로 재탈환하고 지방선거를 승리고 이끌 ‘희망 전도사’로서의 적임자는 1분만 생각하면 정동영”이라면서 특유의 ‘정(鄭)비어천가’를 날렸다.

    정 의원은 또 과거 민주당 쇄신정풍운동을 언급하면서 “일제시대 독립운동을 하려면 목숨을 걸어야 했듯이 적어도 2001년 당시 공천권을 쥐고 있는 절대 권력에의 도전은 정치생명을 걸어야 했다. 모두 다 알고 있었지만 아무도 일어서서 외치려 하지 않았다. 절대권력 앞에 소리쳐 외친 사람이 바로 정동영이었다”고 주장하고 “정동영은 김정일과 5시간 동안 소통하며 막혔던 남과 북을 뚫어냈다. 남과 북에 엄존하던 냉전의 기제를 뜯어내고 평화의 기제를 정착하는데 기여했다”고 했다고까지 칭송했다.

    이에 대해 당원들 사이에서는 “정청래 의원이 처음으로 친노 그룹에서 이탈하는 의원이라는 의미다. ‘친정(親鄭) 그룹’으로 편입된 것”이라면서 “노사모 국참연으로 대변되는 ‘친노 개혁세력’이라는 정 의원의 발빠른 행보가 '친노' '개혁’을 떼내고 ‘세력’만 남게 됐을 때 과연 어떻게 변할지 자못 궁금하다”면서 비꼬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당내 대표적인 ‘민주당과의 통합론’자인 염동연 의원도 노 대통령의 측근으로 대표적인 친노 직계에 속해 있다. 노 대통령은 그간 ‘(열린당) 창당 초심’발언을 통해 민주당과의 통합론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친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