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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5일 사설 '과거사 조사하며 유신의 광고탄압 본뜨나'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국정홍보처는 23일 정부 부처와 산하 기관장은 언론 매체에 유료 광고를 하기에 앞서 홍보처와 사전 협의해야 하며, 정부 광고 집행 실적을 매달 10일까지 홍보처장에게 제출해야 한다는 ‘정책광고 운영협의회 등의 시행기준’을 공개했다. 이 방침은 ‘사전 협의’라는 말로 진실을 은폐하려 하고 있으나 결국 정부 기관이 신문과 TV, 인터넷에 광고를 내려면 어느 매체에 얼마짜리 광고를 무슨 내용으로 실을 것인지를 정부 차원에서 통제하겠다는 뜻이다. 이를 총괄하기 위해 국정홍보처 차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정책광고 운영협의회’도 만들었다.
홍보처는 2004년에도 각 부처와 기관에 정부 광고를 어떤 언론사에 낼 것인지를 정부 차원에서 조정해 통보하겠다는 일종의 ‘광고지침’을 내렸었다. 당시 한 산하기관 홍보 관계자는 “정부와 껄끄러운 관계에 있는 일부 신문사의 광고를 홍보처가 통제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고 했었다. 홍보처는 이후 비판적인 언론매체에 대해선 회견이나 기고, 협찬을 하지 말라는 ‘정책홍보 업무처리 기준’도 만들었다. 이에 따라 청와대 홍보수석실은 조선일보에 기고나 인터뷰를 한 장차관급에 대해 경위조사에 나섰고 조기숙 홍보수석은 “정무직 공무원이 정부가 정한 홍보기준을 따르지 않으려면 나가면 된다”고 밀고 나갔다.
정부든 기업이든 어느 광고는 어떤 매체에 내야 광고 효과가 좋다는 것은 당사자가 가장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에 비판적인 신문에 인터뷰도 기고도 협찬도 하지 말라며 자리 협박까지 하는 판에 어느 정부 기관장이 광고효과를 기준 삼아 특정 신문에 광고를 내겠다고 홍보처에 말을 꺼내겠는가.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광고지침’이 민간 광고주에게 심리적 압박을 주게 된다는 점이다. 민간 광고주인들 이렇게 길길이 뛰는 정부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가 없다. 1974년 동아일보 광고탄압 사태에서 보듯이 광고 탄압은 과거 독재 정권이 언론의 목을 조르기 위해 동원했던 수단 중에서도 가장 악랄한 최후의 방법이었다. ‘참여정부’라는 명찰을 달고 유신정권의 비행을 조사하는 데 수백억을 쏟아 붓고 있는 이 정부가 유신 정권의 광고 탄압을 본떠 그보다 더 교활한 방법으로 광고 압력을 행사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참으로 역사의 아이러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