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순, 고건, 이명박. 

    이들의 공통점은 서울특별시장을 발판으로 대권을 준비했고 준비하고 있다는 점이다.

    조 전 시장은 대권도전에 실패했지만 서울시장이란 네임밸류를 업고 대권을 준비했었다. 고 전 총리의 경우 서울시장 재임 당시엔 대권 후보 반열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지만 이후 국무총리를 지내며 노무현 대통령 탄핵당시 대통령권한대행직을 무리없이 수행하며 단숨에 2007년 대선 출마자 '0순위'로 꼽히고 있다.

    반면 이 시장은 처음부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서울시장에 도전한 케이스. 이 시장과의 친분을 내세우며 차기 서울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은 "이 시장은 사실상 대권도전을 생각하고 서울시장선거에 출마했다"고 말한 바 있다.

    결국 위의 세 사람이 서울시장직을 대권으로 가는 가장 빠른 지름길로 만들어놓았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만큼 서울시장이란 상징성은 강하다. 최근 한나라당이 그런 서울시장직을 노리는 예비 후보자들과 당의 공식기구인 인재영입위원회와의 갈등으로 시끄럽다.

    인재영입위는 당의 외연확대를 위해 차기 서울시장선거 출마자는 신선한 외부인사를 영입해 국민들에게 당의 변화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반면 현재 출사표를 던진 의원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양측은 서울시장 후보 영입문제를 두고 명분싸움이 아닌 감정싸움을 펼치고 있다.

    당내 후보자 중에는 서울시장 출마를 위해 2004년 11월부터 준비해 온 의원도 있다. 때문에 이들의 반발은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다. '당의 외연확대라는 대명제를 이룩하기 위해 상징성이 큰 서울시장 후보자리를 외부 인사에 양보해야 한다'는 인재영입위의 주장이나 '상징성이 큰 자리인 만큼 당내 인사가 출마해 차기 대선 지원을 펼쳐야 한다'는 출마 후보자들의 주장 모두 그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양측이 서로 다른 주장을 하고 있지만 결국 이들의 주장은 '정권교체라는 대과제를 위한 것'이라는 공통분모가 존재한다. 때문에 이들이 벌이는 감정대립은 발전적인 논쟁이 아닌 소모적인 논쟁에 불과하다는 판단이 선다. 인재영입위도 출마 후보자들도 차기 서울시장에 대한 외부인사영입이 이뤄진다 해도 '당내 경선'이란 게임의 룰은 지켜져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결국 외부인사나 다른 당내 의원이 출사표를 던진다 해도 당헌·당규상 명시돼 있는 '경선'이란 게임의 룰은 모두 지킬 수밖에 없는 것이다.

    김문수 의원은 "한나라당이 정말로 치열한 집권 의지가 있는지 구국의 의지가 충분한지, 내가 권력을 잡겠다는 것이 아니라 이 나라를 살릴 의지가 있는지 확인하고 일상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기 살을 깎는 노력 없이는 정권교체란 대과업을 이뤄낼 수 없고 지금과 같은 '나홀로 웰빙'으론 2007년 대선에서도 자신들이 '수구좌파'라고 비난하는 세력에게 정권을 맡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인재영입위와 차기 서울시장 출마 후보자들 모두 '정권교체'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상대방 의원 개인의 신상 문제까지 들먹이며 흠집을 내고 있다. 지금 양측이 벌이고 있는 갈등과 대립이 과연 '한나라당의 2007년 정권교체'를 위해 바람직한 논쟁인지 돌이켜 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