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정동영 전 장관은 말이 부쩍 많아졌다. 아마 뉴스 아나운서 경력 때문에 말을 많이 해야 하는 후천적 습성이 몸에 배어 있어 그런지 모르겠다. 고수(高手)란 상대방이 실수를 하여 일을 저지를 때까지 많이 참고 깊게 관찰하는 법이다. 하수(下手)는 생각나는 대로 느낌대로 말하는 것이 특징이다. 항간에는 열린우리당 유시민 의원이 조용하니 정동영씨가 막말의 원조(元祖)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지금 대권경쟁을 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 중에서 유독 정동영씨가 제일 말을 많이 한다. 그것도 앞으로 대통령 후보가 될 가능성이 있는 분들을 골라서 큐피드(?)의 화살을 쏘아 덴다. 아니 독화살을 쏘는 것처럼 말의 내용이 비약되어있고 격정적이며 직설화법이다.

    대통령 자격은 나름대로의 정치철학이 정립되어 있어야 되고 정체성과 국가관이 확립되어 있어야 한다. 이것은 선택 아닌 필수조건이다. 그저 정권 잡는 데만 혈안이 되어 상대 예비후보 대상자를 매몰차게 몰아가는 매카시 수법은 정당성이 없다. 오히려 인격과 인품에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 있다. “국민” “국민” 외치면서도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마음대로 하는 말은 결국 자기에게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정동영씨는 최근에 열린당 당의장 경선을 앞두고 매우 초조하고 착잡한 모양이다. 그래서 히트가 될 만한 상품을 고른다는 것이 집권여당을 제외한 대상을 향하여 따발총을 쏘아 데고 있다. 정동영씨는 북한이 좋아할 말만 골라서 하는 것 같다. “군 병력을 절반으로 줄이고, 양극화를 해소하자”라고 외치는 정동영씨의 모습에서 연민과 한심함을 느낀다. 대통령되고자 하는 사람이 어떻게 국가 안보의 핵심인 군 병력을 반으로 잘라서 그 예산을 양극화에 사용하자는 뜻으로 말할 수 있는가? 대통령이 개인의 정치 실험하는 자리가 아니다.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에 노무현 후보를 지칭하여 극좌파로 규정하고 “노무현 후보는 과격한 이미지와 안정감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던 사람이 이제는 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양극화문제를 언급하자마자 그 해법을 북한 김정일이 좋아할 수 있는 대한민국 국군 병력 절반 감축으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이념논쟁에 매카시즘적 방법으로 불을 붙이고 있다. 엊그제 정동영씨는 “지금 많은 국민들이 미래와 어울리지 않는 냉전수구세력, 의회주의 파괴세력, 과거 세력인 수구삼각편대에 우리의 미래를 맡겨야 한다고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는 것은 국민들을 무시하는 언행이다.

    국민들의 착각이라고 표현하는 정씨의 국민 비하 오만은 어디서 나온 말일까? 통 큰 지도자로부터 배운 정치학습의 결과인가?  오히려 정씨가 국민들을 낮춰 봐도 괜찮다는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국민을 착각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분이 착각하는 국민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것인가? 

    냉전수구세력, 과거 세력, 의회주의 파괴세력이 오히려 정동영씨가 아닌가 의심이 간다. 정씨가  말하는 소위 냉전수구시대 20여 년간을 MBC에서 뉴스 아나운서를 하면서 냉전수구시대의 전위대로서 역할한 사람이 바로 자신이 아니었던가?

    정씨의 말이 날이 갈수록 기고만장(氣高萬丈)하다. 점점 그 농도가 짙어가는 점입가경(漸入佳境)의 경지를 향하여 후안무치(厚顔無恥)와 목불인견(目不忍見)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어서는 본인에게 마이너스 요인이 된다.

    정씨에게 한마디 한다면, 정치적 하수(下手)에서 벗어나 정치적 고수(高手)가 되라고 말하고 싶다.